결혼지식/결혼상식

폐백은 생략해도 될까

홀기 2007. 8. 26. 16:42

문]

시어머님이 안계시고, 시댁 친척들이 많지 않은 관계로 폐백을 생략하고 싶은데요..

요즘 폐백을 생략하시는 분들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고 들었습니다.

폐백은 솔직히 절값을 받기위해 하는거 같은데요 저희는 식구가 많지 않아서 절값은 거의 생각두 안하구 있거든요...

폐백을 안하면 어른들께 예의 없어보이고, 실례가 되는 걸까요?

 

답]

폐백이란 건 새며느리가 처음으로 시부모님께 인사를 드리는 의식인 '현구고례' 때 시부모님께 드리는 예물을 말합니다. 즉 시아버지에겐 밤, 대추고임을 시어머니에겐 육포나 닭을 그리고 간단한 안주와 술을 준비하는데, 마치 폐백을 시부모에게 절을 올리는 행위 그 자체인줄로 잘못알고 있으며, 예식장같은데에서도 그런 의식(현구고례)을 치루는 장소를 '폐백실'이라고 붙여 놓았더군요. 폐백은 음식이니까 폐백실이란 '음식방'인 셈입니다. 뭔가 표현이 잘못된 것 같지 않습니까?

 

그리고 현구고례(폐백이라고 잘못 알고 있는 의식)는 정식으로 그집안의 며느리가 되었음을 시부모님께 신고를 하고 또 시부모님은 정식으로 며느리로 맞는 결혼식 절차중 맨 마지막 과정인 것입니다. 직장에서도 어떤 중요한 직책(또는 직급)에 임명되기 전까지 여러가지 절차를 거치지만 맨 마지막으로 그 사람에게 임명장을 주잖아요. 군에서도 장군으로 진급되면 대통령이 직접 임명장을 주죠? 그런 것과 마찬가지로 '현구고례'는 결혼식의 맨 마지막 절차 즉 며느리임명식인 셈입니다. 따라서 단순하게 인사를 하는 자리가 아닙니다.

 

그리고 '폐백은 솔직히 절값을 받기 위해서 한다'고 하시는데, 그런 생각을 갖고 계시다면 그건 큰 잘못입니다. 절이란 것은 상대방을 존경하거나 존중한다는 해위의 표시인 것입니다. 그런 행위의 결과로 돈을 받아서도 안되며 줘서도 안되는 겁니다. 신부입장에서 '폐백이란 절값을 받기 위해서 하는 거'라고 생각하신다면 절대로 그건 하지 말아야 됩니다. 그런 생각으로 한다면 그건 시부모를 욕되게 하고 자기 자신을 욕되게 하고 나아가선 친정 부모님까지 욕되게 하는 것입니다. 이제 결혼을 하면 신랑 신부가 처음으로 잠자리를 함께 하게 됩니다. 남녀가 함께 잠자리를 가지는 것은 서로 사랑을 표시하는 최고의 행위입니다. 그런 행위를 돈을주고 받고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건 사랑이 아니잖아요? 사랑은 상대방을 아끼는 마음입니다. 상대방을 아끼고, 존경하고, 존중하는데는 대가를 바라고 한다면 그건 거짓입니다.

 

절값을 바라고 절을 한다면 그건 이미 절이 아니며 상대방을 속이는 짓입니다.

'그럼 왜 세대할 땐 세뱃돈을 주느나?'고 반문하실 분이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우리넷 풍습엔 설날 아침에 윗 어른들께 세배를 드리는가 하면 윗 어른이 아닌 같은 동기간에도 서로 세배를 나눕니다. 아이들이 어른들께 세배를 할 때는 세뱃돈을 줍니다. 요즘은 아이가 아닌 다 큰 청소년이나 심지어 결혼까지 한 지식들에게 세뱃돈을 주는 경우도 있지만 원래 세뱃돈이란 건 절값은 절대로 아니며, 자라는 아이들에게 '어른들께 절을 하면 좋은거구나'를 알리기 위해 교육적인 차원에서 그랬던 것이지 절을 받은 대가를 지불하는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폐백을 올리는 현구고례는 하지 않아도 됩니다. 왜냐면 요즘의 현구고례는 원래의 의미를 잃어버렸으며, 명칭자체도 잘못 사용되는가 하면 격식자체도 틀리게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단지 폐백음식을 파는 전문업체, 그런 자리에서 사진을 찍는 업체, 그런 의식을 거들고 돈을 받는 분들 이런 분들의 상업적 목적으로만 행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절값을 받기 위해서 한다면 더욱 하지 말아야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