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지식/결혼상식

반상기 상식

홀기 2007. 4. 17. 16:43
* 반상기란 무엇인가?
 
요즘은 신부들이 예단을 할 때 '반상기'를 꼭 해야 되는 것쯤으로 알고
예단비와는 별도로 당연히 하게 되는데,
도대체 '반상기'란게 뭔지 좀 알아 봅시다.
'반상기'란 말은 한자말인데, 한자로 적으면 '飯床器(반상기)'라고 적습니다.
飯 = 밥 반, 밥이란 뜻.
床 = 평상 상, 상이란 뜻.
器 = 그릇 기, 그릇이란 뜻.
즉 '반상기'란 '밥상그릇'이란 뜻인데, 그릇 한 두개를 말하는게 아니고
밥과 국, 반찬으로 '밥 한상을 차릴 수 있는 한벌의 그릇'을 말합니다.
그럼 우리네 밥 한상을 차리는데 어떤 그릇이 몇 개나 필요한가?
우선 밥을 담는 밥그릇, 남자용은 '주발', 여자용은 '바리'라고 하는 그릇 1개,
국을 담는 국그릇인 '탕기' 또는 '갱기'라고 하는 그릇 1개,
숭늉이나 냉수를 담는 '대접'이 2개(숭늉, 냉수용 각1개),
김치나 깍두기를 담는 '보시기' 또는 '김치보'라고 하는 그릇 3개(김치 3가지),
찌개나 찜을 담는 '조치보' 또는 '조치'라고 하는 그릇 1개,
간장, 초장, 고추장을 담는 '종지' 3개,
이상 11개의 그릇이 '반상기의 기본 그릇수'입니다.
그기에다 숙채(익힌 나물), 생채(생나물), 조림, 전, 마른반찬이나 회를 담는
'쟁첩'이라고 하는 낮은 그릇이 필요한데...
바로 이 쟁첩의 숫자가 몇개냐에 따라서 3첩, 5첩, 7첩, 9첩 등
'몇 첩 반상기'라는 명칭이 정해 집니다.
물론 위에 그릇들은 기본적인 그릇이며,
상차림에 따라서 더 늘어나거나 그릇수가 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일반 가정에서 평소 식사 때 먹는 음식가지를 생각하면
옛날 양반가 부잣집에서 먹던 음식보다 가지수가 훨씬 더 많습니다.
즉 요즘 우리네 보통 사람들이 옛날 양반가보다 더 잘 먹는다고 보면 됩니다.
그래서 요즘 '반상기' 즉 밥상을 제대로 한상 차릴려면
위에서 언급한 그릇 수보다도 훨씬 더 많아야 될 겁니다.
 
* 7첩반상기의 그릇수가 모자란다.
 
요즘 '5첩반상기' 또는 '7첩반상기'라고 하는
그릇세트를 사진을 통해서 본 결과 위의 반상기 기본그릇수와 비교하여
그릇수가 많이 모자란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서양그릇수를 말할 때는 쓰는 '피스(Piece)'란 말로
그릇수를 표시를 하는 걸 봤는데...
'피스'란 것도 보니 뚜껑까지 숫자로 세어서 표시를 하더군요.
컵이며, 수저받침까지도 몽땅 합산을 해놨더군요.
좌우간 요즘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첩 반상기'란 건
우리네 전통 상차림에서 말하는 '반상기'와는 거리가 멀며,
어떤 걸 기준으로 5첩이나 7첩이라고 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모 전통유기(놋그릇) 제조업체에서 내놓은 '5첩반상기'는
거의 전통반상기에 가깝게 그릇 가지수가 구비되어 있는 걸 봤습니다만
자기류로 된 반상기제품중엔 제대로 가지수가 맞는 걸 못 봤습니다.
그리고 우리네 전통 반상기는 유기(놋그릇)로 되어 있지
자기로 된 반상기를 사용하는 예는 본 적이 없습니다.
수년 전 북한에서 개최된 남북한 역사학회에 참석했던
남쪽 학자들이 북한의 전통 한식당에서 유기 9첩반상기로 된
전통한식을 대접받았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이처럼 옛날 양반가에선 반상기란 귀한 손님을 대접할 때나
꺼내어 사용하던 그릇으로서 손님 한 분에게 반상기 한벌로
상을 차려서 내는 것이 상식이었습니다.
당연히 손님만 혼자 상을 차려서 주는 경우는 없었으며
주인이 함께 상을 차려 내는데, 주인과 손님에게 똑같은 상을
각각 한상씩 차려 내는 것이기 때문에 집안에
반상기가 딱 1벌만 있는 경우는 없으며, 최소한 2벌이상
여러벌을 구비하고 있으며, 유기그릇은 오랫동안 사용치 않으면
녹이 슬기 때문에 반상기를 차려야 할 때는
먼저 유기반상기를 꺼내어 딲는 일부터 하게 됩니다.
반상기 한벌을 닦으려면 두껑과 수저까지 합하면
거의 40개이니까 2벌이면 거의 80개를 닦아야 하기 때문에
그걸 닦는 일도 음식장만 못지 않은 큰 일이었습니다.
 
* '단반상기'란 말은 없다.
 
요즘 신부들중에는 7첩반상기를 주로 많이 하는 편이지만
일부에선 별로 효용가치가 없다고 판단하여
'단반상기'로 하시겠다고 하시는 분들이 있으시며
또 반상기를 판매하고 있는 업체들에서도 '단반상기'란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을 봤습니다만
처음에는 반상기를 할 때 시부모가 두분이시니까
반상기 한벌에다가 국그릇과 밥그릇을 한벌 더 추가한
즉 시부모의 밥상을 함께 차릴 수 있는 '겸상'이 아닌
한분만 차릴 수 있는 즉 1인용 반상기를 뜻하는 말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그게 아니라 시부모용 밥그릇과 국그릇 두벌만을
뜻하는 말이란 걸 알았습니다.
결국은 '반상기'란 말에다 '단'이란 말을 붙인 신조어인데,
그 때의 '단'은 어떤 의미를 지닌 말인지도 알 수가 없습니다.
좌우간 '단반상기'란 말은 잘못 지어진 '신조어'라고 생각됩니다.
그런 경우에는 '한상차림용 그릇이 아닌 밥그릇인 바'
그냥 '반기(飯器)'라고 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즉 우리말로 하면 '밥그릇'이란 뜻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