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지식/결혼상식

신랑의 옷은 직접 맞춰 줘야 되는 이유.

홀기 2007. 4. 17. 16:40
결혼을 하게 되면 으례껏 양가에서 서로 상대방 즉
신랑쪽에선 신부의 옷을 해 주고 신부쪽에선 신랑의 옷을 해 줍니다.
이렇게 상대방의 옷을 해 주는데 있어서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옛날 혼례 때의 관습을 말씀드린다면
신랑쪽에서 신부의 옷을 해 줄 때는 그냥 옷감만 보냈습니다.
함들어 갈 때 함안에 넣어서 보내는 '채단'이 바로 신부의 옷감입니다.
채단도 원래 '청, 홍' 각 1벌씩은 의무적으로 보내지만
집안 사정에 따라서 더 많은 옷감을 보낼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합해서 10벌이 넘지 않아야 한다고 나라에서 규정을 했습니다.
이는 백성들의 허례허식을 자제하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하지만 신부쪽에서 신랑의 옷을 해 줄 때는 옷감만 보내지 않고,
신부쪽에서 직접 신랑의 옷을 지어(만들어) 주는게 관습이었습니다.
양가가 서로 혼인하기로 결정(의혼)을 하게 되면
신랑쪽에서 신부쪽으로 신랑의 '사주(사성)'을 보내게 되고,
신부쪽에서 혼례날짜를 정하여(택일) 신랑쪽에 알려 주는 '연길장'을 보내게 되는데,
바로 그 연길장 내용중에 결혼날짜를 언제로 한다는 내용도 들어 있지만
'신랑의 옷치수를 알려달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즉 신랑의 옷의 치수를 알아서 신랑의 옷을 짓기 위함이지요.
그러면 신랑쪽에선 신랑의 옷치수를 보내게 되는데,
그걸 '의제장(衣製狀)'이라고 합니다.
옷치수를 적은 의제장 뿐만 아니라 옷을 재단할 때 사용하는
'옷본'도 함께 보냈었습니다.
옛날에는 오늘날처럼 옷을 옷집에 맡겨서 맞춰 입지 않고 직접
집에서 여자들이 만들어 입었습니다.
그래서 양반집이든 서민집이든 새로 옷을 마련할 때는 옷을 사입는게 아니라
옷감만 사서 그 옷감으로 집에서 옷을 만들어 입었던 것입니다.
물론 돈이 많은 집안에선 집안 여자들이 직접 옷을 만들지 않고
바느질 솜씨좋은 사람에게 비용을 주고 옷을 만드는 일을 맡겼습니다.
그렇게 돈을 받고 남의 옷을 바느질 해 주는 일을 '삯바느질'이라고 합니다.
'심청전'에서 심청이도 바느질 솜씨가 좋은 처녀였는지
남의 삯바느질 일을 해주면서 돈을 벌어 아버지를 봉양했었습니다.
자기 집에서 직접 옷을 짓든 남에게 삯바느질을 시키든
대부분의 집안에는 집안식구들의 옷을 만들기 위해 옷감을 재단할 때
쓰이는 '옷본'을 식구 별로 그리고 옷의 종류별로 보관을 하는게 당연합니다.
오늘날도 양복점이나 양장점에선 옷을 만들기 전에 먼저 종이로 옷본부터 만든 후
그 옷본에 맞춰서 옷감을 재단하여 바느질을 하게 됩니다.

물론 옷본이 없어도 정확한 옷치수만 적어 보내도
신부쪽에서 그 치수에 따른 옷본을 만들어 옷을 만들 수는 있지만
기왕이면 보다 정확하게 옷을 만들 수 있도록 집안에서 보관하고 있던
옷본을 다시 한번씩 만들어서 보냈던 것입니다.
신부쪽에선 그렇게 신랑의 옷 치수와 옷본을 받아서
온갖 정성을 다하여 신랑의 옷을 만들어 줬습니다.
 
이러한 옛 혼례관습을 따른다면...
신랑쪽에서 신부의 옷을 해 줄 때는 그냥 옷값(봉채비)을 보내면
신부쪽에선 그 돈으로 알아서 옷을 맞춰 입으면 되지만...
신랑의 옷을 해 줄 때는 옛날처럼 신부쪽에서 직접 만들어 줄 수는 없으니까 대신
신부쪽에서 신부나 신부 어머니가 신랑을 데리고 함께 양복점에
가서 직접 옷을 맞춰 주면 옛 관습대로 따르는 격이 될 것 같군요.
 
위의 내용은 옛 혼례관습에 따라서 말씀을 드린 것이지만
요즘은 '양쪽 집안이 팽팽하게, 똑같이 해야 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으니
신랑쪽에서 신부의 옷값(봉채비)으로 200만원을 보냈다면 신부쪽에서도
역시 똑같이 신랑쪽에다 200만원을 보내주면 양쪽이 공평하게 됩니다.
 
그렇지만 조금만 더 깊이 생각을 해 보신다면...
남자들은 여자들처럼 자기 옷을 맞추거나 사입을 때 그렇게 꼼꼼하지 못합니다.
예를 들어 남녀를 각각 백화점에 들여 보내서 각자 자기 정장을 한벌씩
사입고 나오라고 시켜 본다면 대부분의 남자들은 아마도 1시간이상 걸리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여자들의 경우에는 왠 종일 걸릴 수도 있으며 경우에 따라선
그 백화점에선 결국은 옷을 못 사고 다른 백화점을 또 가야 하는 경우도 있을 겁니다.
같은 물품을 사도 남자들은 여자들 처럼 요것저것 세심히 따지질 않습니다.
이처럼 남녀간의 쇼핑 행태가 다르다 보니 남녀가 함께 백화점에 왔을 때는
대부분은 남자쪽 조급증(?) 때문에 함께 온 여자가 제대로 쇼핑을 못하고 나와 버리게 됩니다.
바로 이런 점을 착안하여 여자들과 함께 온 남자들이 놀 수 있도록
여자 동반 성인남자들의 놀이방을 따로 만들어 놓은 백화점들도 있습니다.
꼭 아이들을 데리고 온 여자들이 아이들을 놀이방에 맡겨 놓고서
마음 놓고 쇼핑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따라서 신랑 혼자 가게 되면 아마 대개의 경우는 꼼꼼하게 따져보지 않고
대충대충 옷을 맞춰 입게 될 것입니다.
대부분의 남자들이 겉 옷은 물론 속옷 하나도 자기꺼 제대로 잘 못챙깁니다.
물론 옷을 아주 잘 차려 입는 남자들도 있겠지만...
애시당초 남자들의 유전자 구조 자체가 그런 면에선 신경을 덜 쓰도록
만들어져 있다는 걸 아셔야 됩니다.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의 경우 이것저것 새로 구입할 것이 상당히 많습니다.
즉 끊임없는 쇼핑에서 신랑도 똑같이 좀 도와야 되지 않느냐고
신랑을 일일이 끌고 다니길 원하시겠지만 여자들이 쇼핑하는데 남자들을
끌고 다니는 것은 그건 즐거움이 아니고 상당한 고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앞으로 결혼을 해서도 절대로 쇼핑할 때 신랑 끌고 다니지 않는게 좋습니다.

좌우간 신랑이 혼자 가서 맞춰 입은 옷이 다행히 잘 어울리게 제대로 되면 다행이지만...
만에 하나 그 옷이 신랑 본인은 괜찮다고 박박 우기지만 
아내인 여자 입장에서 보면 마음에 안들 확율이 높습니다.
결국은 장차 아내가 될 지금의 신부만 두고두고 속상해 할 것입니다.
그래서 남자들의 옷은 주로 아내들이 챙겨 주게 되는 겁니다.
아침에 출근할 때 와이셔츠며 넥타이까지 일일이 골라 챙겨주는 아내을 가진
남자들은 누가 봐도 말쑥한 차림인 멋쟁이가 되지만,
그런 아내를 못가진 남자들은 멋쟁이가 될 가능성은 아주 희박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멋쟁이 남편을 만들고 싶으시다면 지금부터라도
신부가 나서서 신랑의 옷을 챙기는 것이 좋을 겁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