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지식/결혼상식

'답바지'의 진짜 의미는?

홀기 2007. 4. 17. 16:39

요즘 결혼과정에서 신부쪽에서 신랑쪽에 보내는 음식인
'이바지'가 상당히 신경 쓰이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상당히 신부쪽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신부들중 '우린 이바지 보내면 저쪽에선 뭐 해주는 거 없어요?'라고
'당연히 줬으면 우리도 받아야 쥐'라는 생각을 가지신 분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이바지'에 대한 답례로 받는 것이라고 여기고
'답바지'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답바지'란 말은 사전에도 나오지 않는 말이지만 아무리
따져 봐도 '말이 안되는 말'인 바 가능한 쓰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앞서도 몇 번 거론을 한 바 있습니다만...
옛 혼례과정에선 양 집안간에 오가는 음식이 상당히 여러차례 있었습니다.
거의 대부분은 생략이 되고 말았습니다만 아직도 '이바지'는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으며, 신랑쪽에서 이바지를 받은 답례로
또 음식을 보내는 경우도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게 신랑쪽에서 신부쪽으로 보내는 음식을 뭐라고 하는지 몰라서
'답바지'란 기상천외한 신종 용어를 지어내기도 했습니다만...
굳이 이름을 붙인다면 며느리가 시집올 때 '이바지'를 갖고 온 후
신부쪽에 보내는 음식인 바 순서로 따져 봐서는...
며느리의 첫 친정나들이 즉 '근친'갈 때 해 갖고 가는 음식인 바
'근친음식'이라고 하는게 옳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앞서 이를 '며느리의 눈물닦이'라고 하는 사연을 설명드린 바 있습니다.
한편으론 '(며느리) 입막이'라고도 한다는군요...
그게 '눈물닦이'라고 하든 '입막이'라고 하든 상관없이
음식의 종류에서 '이바지'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이바지'로 보내는 음식은 물론 떡도 있지만
원래의 목적인 새신부가 처음으로 시부모님께 진지상을 해 올리는데
쓰일 반찬류가 주종이었다고 합니다.
아마 요즘엔 '이바지'를 직접 집에서 준비하진 않고 주로
'폐백/이바지 전문업체'에서 돈을 주고 사서 보낼 겁니다만...
그런 업체들 홈페이지에서 보니까 역시 '이바지'에는
반찬류가 많이 포한되어 있는 걸로 봐서 오늘날 '이바지'를
보내는 목적은 달라 졌지만 음식의 구색면에선 옛날 '이바지'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답바지'라고 하는 신랑쪽에서 신부쪽으로 보내는
음식의 구색은 어떻게 다른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만...
요즘 신부들의 생각인 '내가 줬으면 니도 줘야쥐~'란 생각의 범위를 생각하면
아마도 이바지와 거의 같지 않을까 생각을 해 봅니다.

그런데 옛날에는 '이바지'는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주로 반찬류이지만... '근친음식'은 이바지와는 달랐습니다.
집안에 따라서 차이는 있을지는 모르지만 아마도 주로 떡이었을 겁니다.
옛날 혼례과정중에는 떡을 상당히 많이 했었던 것 같습니다.
신랑의 사주(사성)를 받을 때는 '납채떡',
혼례식 날을 받을 대는 '날받이떡',
함을 받을 때는 '봉채떡(함받이떡)',
혼례식 당일에는 '용떡',
이바지를 보낼 때는 '이바지떡',
위의 떡들 외에도 여러번 떡을 했었습니다.

혼례식 때외에도 아이 백일이나 돌 때도 떡을 했고,
어른들의 생신이나 회갑잔치 때도 당연히 떡을 했습니다.
좋은 일 뿐만 아니라 장례식 때도 당연히 떡을 했으며
명절이나 제사 때도 떡은 빼놓을 수가 없었던 메뉴였습니다.
도대체가 우리 민족은 왜 이리도 떡을 좋아 할까?
우리 옛 노래중에는 '떡타령'이란 노래도 있습니다.
'왔더니 가래떡,
울려 놓고 웃기떡,
정들라 두텁떡,
수절과부 정절떡,
색시 속살 백설기,
오이 서리 기자떡,
주눅 드나 오그랑떡,
초생달이 달떡이지...' 이런 식입니다.

그리고 1년 열두달 거의 매달마다 명절이 있는데
그 때마다 떡을 해 먹었습니다.
'정월 보름 달떡이요,
2월 한식에는 송편이며,
삼월삼짇 쑥떡이로다,
사월 초파일 느티떡,
오월 단오에는 수리치떡,
유월 유두 밀전병이라,
칠월칠석 수단이요,
팔월한가위 오려송편,
구월구일 국화떡이라,
시월상달 무시로떡,
동짓달 동지에 새알시미.'

그외에도 떡을 만드는 재료나 만드는 방법에 따라서
수도 없는 떡들이 있습니다.

요즘 세대는 떡보다는 빵이며, 피자, 햄버거와 같은
서양떡을 훨씬 좋아하며, 평소에도 주로 많이 먹지만
우리나라 전통 떡은 무슨 때가 되어야만 구경할 정도이기도 하지만
떡을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 있어도 잘 먹지도 않더군요.

좌우간 우리네 조상들은 떡을 무지 좋아 했으며,
또 이런저런 떡해 먹을 핑게를 만들어 떡을 자주 해 먹었습니다.
새며느리가 시집와서 얼마 후에 첫 친정을 보낼 때도
당연히 떡을 해서 '동고리(뚜껑이 있는 바구니)' 담아 보냈습니다.
며느리가 첫 친정을 갈 때는 어떤 떡을 했을까?
거의 십중팔구는 '인절미'를 해서 보냈답니다.
찹쌀을 져서 절구에다 넣고 쌀이 으깨져 떡이 될 때까지
찧은 다음에 그걸 한 입에 들어갈 정도의 크기로 잘라서
콩고물을 묻히면 그게 바로 '인절미'인 것입니다.
'인절미'는 한자말인데, 한자로 쓰면 '引切米'라고 적는데
그 뜻은 '길게 늘려(引) 자른(切) 쌀(米)'이란 뜻입니다.
위에서 설명했듯이 절구에서 잘 찧은 떡덩어리를 꺼내어
손으로 죽죽 잡아당기면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만듭니다.
요즘 떡집에선 칼로 반듯반듯하게 네모지게 만들던데...
인절미는 그렇게 만든 것보단 손을 뚝뚝 떼어서 만들어야만 맛있습니다.
그럼 떡집에선 왜 그렇게 만들지 않는가?
떡이란 맛도 맛이지만 보기가 좋아야 잘 팔리거던요...
그래서 그런지 요즘 떡집에서 만든 떡들을 보면 먹기 위한 떡이라기 보단
꼭 보기 위한 전시용 떡같아 보이더군요...

며느리가 첫 친정나들이를 갈 때는 시어머니는
인절미를 한 소쿠리해서 챙기고, 바깥사돈 드릴 술 한병하고
안주거리를 좀 장만해서 보냈습니다.
그게 오늘날의 '답바지'에 해당되는 것입니다.
'뭐가 이래 간단해???'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오늘날도 그렇게 해야 된다는 뜻은 아니고 옛날엔 그렇게 했다는 걸
알려 드리는 것이니 너무 억울해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인절미일까?'
그게 맨 앞쪽에서 언급을 했습니다만...
'며느리 입막음'용이기 때문에 그렇다는군요...
그렇게 친정에 가서 시댁이나 시어머니 욕을 하지 말아 달라는
즉 '인절미 먹고 입을 딱 붙이라'는 의미라는군요.

그런데 그런 의미을 대는 시어머니는 고약한 시어머니이고...
사실은 떡이란 건 접착성이 상당히 강합니다.
특히 찹쌀로 만든 찰떡인 인절미는 더욱 접착성이 강합니다.
그렇게 인절미를 해보낸 진짜 의미는 며느리나 친정식구들의 입을
붙게 한다는 의미는 아니며, '양집안이 찰떡으로 붙인 것 마냥
서로 친하게 잘 지내자'는 의미인 것입니다.
그러니까 '사돈간의 우의를 다지자는 목적'인 셈입니다.

그렇게 시집갔던 딸이 인절미를 잔뜩해서 첫 친정을 오면
그기에 부속품으로 따라 붙어 오는게 있는데, 딸의 남편인 사위지요...
사위 입장에선 그렇게 처가에 가는 걸 '재행'이라고 합니다.
'사위는 백년손님'이라고 하는 말이 이때 제대로 효과를 발휘합니다.
첫 친정오는 딸로 반갑지만 처음으로 만나는 순간 뿐
딸과 사위가 머무는 동안에는 '사위 대접'을 톡톡히 합니다.
이때 바로 달리 사위 해먹일 만한 것이 없을 경우에는
'씨암탉'까지도 잡아서 먹입니다.
그럭저럭 딸이 친정에서 맘편하게 자내다가 돌아갈 때쯤이면
절대로 빈손으로 그냥 보내진 않습니다.
딸이 친정올 때 해왔던 떡보다 더 많이해서 보내게 됩니다.

이와 같이 요즘 '답바지'라고 잘못 알고 있는 것.
그거 받아 먹으면 끝나는게 아니고 '답답바지'를 또 해야 되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옛날에는 딸의 시댁으로부터 무얼 받는다는 것은
오히려 더 큰 부담을 지게 되는 것인 바 별로 달가와 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