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지식/전통결혼풍습

이바지음식도 지방마다 달랐다.

홀기 2007. 4. 17. 16:43
요즘엔 이바지 음식을 거의 대부분 이바지음식 전문업체로부터
사서 보내지만 과거에는 일일이 신부집에서 직접 장만하여 보냈습니다.
'이바지'란 뜻에 대해선 여러 차례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만
'잔치음식'이란 뜻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요즘엔 거의 쓰이지 않는 말이지만 우리네 옛말에 '이받'이란 말이 있는데,
이는 요즘말로 잔치 또는 연회와 같은 뜻의 말입니다.
'이받'이란 말 뒤에 '이'가 붙어 '이받이'가 원말입니다만...
'이'는 '먹이', 바람막이 할 때 '막이'에서처럼 어떤 물건을 뜻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이받이'는 '잔치에 쓰이는 것' 즉 '잔치음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받이' '이바지'로 변한 것은 우리가 '굳이'을 발음할 때 '구지'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 맥락으로 변화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바지음식 전문업체들의 홈페이지나 인터넷에서 보면
'이바지'란 뜻이 '정성들여 음식을 장만한다'는 뜻이라고 되어 있던데...
그건 잘못 알고 있는 뜻입니다. 이참에 고치시는게 좋을 것 같군요.^ ^
 
어쨌던 '이바지'란 신부가 시댁으로 들어갈 때 갖고 가는 음식을 말합니다.
그렇게 신부가 이바지 음식을 갖고 간 이유는 시댁으로 들어 가서
처음으로 시부모님께 진지상을 지어 올릴 때 갖고 간 음식으로
상을 차려서 올리게 되는 겁니다.
그렇게 친정에서 해간 음식으로 시부모님께 진지상을 차려 드리는데는
또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는 암것도 모르는 신부가 제대로 음식을 할 수가 없으니
미리 친정어머니가 만들어준 음식으로 상을 차릴 수 있게 함이며
두번째는 그렇게 새며느리가 친정에서 만들어 온 음식으로 차린 밥상을
받아서 먹어 봄으로써 시어머니가 며느리의 친정집 음식솜씨인 맛, 간, 모양새 등을
보고서 앞으로 새며느리에게 음식만드는 훈련을 시킬 때 참고로 함입니다.
 
즉 새머느리 집안에선 어떤 음식을 어떤 식으로 만들며,
간을 어느 정도로 하고, 그런 음식들의 맛은 어떤지를 사전에 알고서
새며느리의 현재의 입맛을 미리 짐작하고 시댁의 음식 맛과 큰 차이가
없다면 특별히 훈련할 필요는 없지만 만약에 많이 차이가 난다면
그때부터는 시댁의 입맛에 맞도록 음식을 할 수 있도록 특별훈련을 시키는 겁니다.
 
옛날에는 뼈대 있는 집안에 시집을 갈려면 음식 360가지는
제대로 할 줄 알아야 된다는 말도 있듯이 음식솜씨는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360가지 음식이라??? 우리네 음식이 그렇게 가지수가 많았던가요?
요즘 신부들은 3가지만이라도 제대로 할줄 아는 음식(밥, 라면 빼고)만
있어도 다행이겠는데...
 
신부가 해가는 이바지 음식은 지방마다 차이가 있는데...
대체로 아래와 같습니다.
 
* 서울경기도지방 : 국수, 편육, 구절판, 술, 북어찜 등 일반음식과 
개성주악, 웃기떡, 절편, 개피떡, 인절미, 경단, 약식, 단자, 증편 등 떡종류
그리고 술과 안주는 떡갈비, 우엉잡채, 두부선, 갈비찜, 북어찜.
 
* 경상도지방 : 백설기, 각색(3색 또는 5색) 인절미, 절편 등 떡종류와
조과, 전과, 과일, 전, 편육, 갈비(찜), 돼지다리, 소다리, 건어물, 술 등
 
* 전라도 : 인절미, 흰가래떡, 약식, 산자, 강정, 엿 등을 각각 3짝(상자)씩
소다리, 돼지다리 등 육류와 홍어, 조기 등 생선류.
전라도에서도 임실지방에선 소갈비와 도미가 추가되며 
오징어, 문어, 다식, 정과, 묵 이 추가되었답니다.
 
과거에는 위와 같이 지방에 따라서 많은 차이가 났지만
요즘은 거의 전국적으로 거의 비슷하게 하지 않나 짐작이 됩니다.
그렇게 된 이유는 요즘은 집안에서 직접 음식을 장만하는 경우는 없고
전국 어디서든 대부분 이바지음식 전문업체에서 구입하여 보내기 때문에
전문업체에서 취급하는 품목중에서 고르다 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
 
요즘은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은 이바지 음식을 보내는 목적도
사라져 버렸고, 이바지 음식이 그 집안의 음식문화를 말해 줄 수도 없는 바
굳이 옛 전통을 따를 필요도 없습니다.
가능하면 이바지 음식 풍습은 이젠 없앴으면 좋겠지만...
굳이 한다면 형식에 너무 구애되지 말고 간략하게 몇 가지만 보내면 될 것 같습니다.
가지수를 정할 때는 3, 5, 7식으로 홀수로 정하시는게 좋습니다.
왜냐? 우리네 민족은 그런 홀수를 좋아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