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지식/전통결혼풍습

함들이(납폐) 준비와 보내고 받는 절차.

홀기 2007. 4. 17. 16:38
납폐(함들이)의 절차
 
전통 혼례 때 신랑집에서 신부집으로 사주 단자를 보낸 후
정혼 성립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신랑집에서 신부집으로 예물을
보내는 의식을 '납폐(納幣)' 또는 '함들이'라고 합니다.
통상 결혼 전날 또는 며칠 전에 채단과 혼서지를 함에 넣어
집안의 하인이나 먼 일가중 후덕한 사람을
함진아비로 삼아 함을 지고 가도록 합니다.
신부집에서는 이날을 '함 오는 날'이라고 하여
함을 받은 다음 함진아비에게 음식을 차려 후히 대접하고
돌아 갈 때 노자돈도 두둑히 주며,
친척이나 동네 사람들에게 패물을 구경시키고 음식을 대접했습니다.

1. 혼함 준비

신랑측에서 보내는 혼인을 원하는 혼서지와 함께 오방주머니등 예물과
신부의 옷감인 채단, 패물과 비녀, 노리개, 화장품 등 혼물을 넣어
보내는 상자이며, 멜빵을 걸어서 메고 갈 수 있게 합니다.
함속에 넣는 혼물 가운데서 가장 소중한 것은 신부혼례복인데,
'신부웃옷'이라도 하며 초록 저고리 분홍치마 한벌,
즉 '녹의홍상'이 '신부웃옷'이라고 합니다.

2. 채단 준비

함에 넣는 납폐물로는 음양의 결합을 뜻하는 청색, 홍색의 채단으로 했습니다.
채단은 비단 치마감으로 청색비단은 홍색 종이에 싼 뒤 청색명주실로 동심결을 맺고,
홍색 비단은 청색종이에 싼 뒤 홍색 명주실로 동심결을 맺습니다.
함안에 넣을 때는 '혼서지'와 '납폐단자(單子)'를 가운데 두고 양옆으로 갈라 넣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혼서지는 혼서지함을 따로 마련하여 넣기도 합니다.
패물도 채단과 함께 넣어 청홍색 겹보로 홍색이 보이도록 함을 싼 다음
잡아매지 않고 근봉(謹封)으로 띠를 두릅니다.

3. 혼서지와 납폐단자

혼서지는 '신부를 신랑의 배필로 허락하여주셔서 조상의 예를 좇아
납폐의 예를 올리니 받아 달라'는 내용을 신랑의 아버지가 함 크기의
두꺼운 백지에다 써서 보내는 것입니다.
혼서지를 납폐서, 또는 예장지라고 하는데, 옛날에는 신부가 일생 동안 간직했다가
죽을 때 관속에까지 넣어 간다는 일부종사의 증표로 삼기도 했다.
요즘에는 혼서지 없이 납폐함만 보내기도 하고 인쇄된 혼서지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납폐단자란 함에 넣어 보내는 납폐물의 목록을 적은 것을 말합니다.

5. 신랑집에서 함을 보낼 때

함을 보내는 신랑집에서는 찹쌀에다 팥고물을 넣고
대추, 밤을 섞어 정성껏 찐 떡시루를 소반에 얹어 마루에 놓고
그 위에 함을 올려놓았다가 함진아비에게 지워 보냅니다.
함은 무명 여덟자(약2.4m)로 된 끈을 마련하여 석자(90cm)는 땅에 끌리게 하고
나머지는 고리를 만들어 어깨에 짊어질 끈을 만들었습니다.
요즘은 함질 끈을 어깨에 짊어질 고리만 만드는 경우가 많고
재래식 함 대신 큰 여행용 가방을 대신 사용하기도 합니다.

함을 지고 가는 사람을 '함진아비'라 하는데 집안의 하인이나 먼 일가중
첫아들을 낳고 부부금실이 좋은 사람을 골라서 함을 지게 했습니다.
옛날에는 반드시 날이 어두워진 다음에 함을 들여 갔기 때문에
길을 밝힐 초롱을 들고 갔었기 때문에 이에서 유래되어 요즘은 낮에
들어 가도 청사초롱을 들고 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함진아비가 신부집에 도착하면 함진아비의 얼굴에다 검정칠을 하기도 하는데,
이는 부정함을 떨쳐 버리기 위한 행위입니다.

6. 신부집에서 함을 받을 때

신부집에서는 '함이 왔다'라는 말보다 '혼물이 왔다'라고 말합니다.
함을 받는 신부집에서도 대청에 돗자리를 깔고,
봉치떡을 해서 떡시루를 소반위에 얹어 놓고 기다립니다.
함이 들어오면 함을 받아 시루위에 올려놓고서 신부 아버지와
함진아비가 서로 맞절을 하고 봉투에 노자를 두둑히 주고 음식술대접도 합니다.
봉치떡은 식지 않고 김이 나야 좋으며, 함을 내려논 후에는
맨 먼저 신부의 주발 두껑으로 봉치떡을 푹 떠서 신부에게 먹였으며
떡 속에 들어 있는 밤, 대추는 골라서 그릇에 담아 놓았다가
혼인 전날 밤에 아들을 낳으라고 신부에게 먹였다고도 합니다.

함을 열고 채단을 꺼낼 때 신부 어머니가 보지 않고,
손만 집어 넣고 더듬어 청단을 먼저 집으면 신부가 첫아들을 낳고,
홍단을 집으면 첫딸을 낳는다는 속신이 있습니다.
결혼절차가 많이 간소화된 요즘에도 이 납폐 의식만은 아직도
그대로 지켜지고 있지만, 본래의 뜻과는 달리 예의에 벗어난 사례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무리하게 함값을 요구하여 결혼식을 앞둔 양가 사이에 기분을 상하게 하거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좋지 못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신랑이 직접 함을 들고 가서 신부 가족들과 즐겁게 저녁 식사를 하며
환담하는 경우도 있는데 아주 바람직한 예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신랑에게 함값을 주지 않아야 됩니다.
왜냐면 함값이라고 하는 것은 옛날에 하인인 함진아비에게 주던 노자돈인 바
신랑을 하인 취급을 해서 노자돈을 줘선 안되기 때문입니다.

처가집에 함 가져다 주고 돈(함값) 안 준다고 불평을 할
사위는 아마도 한 명도 없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만약에 그런 사윗감이 있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것입니다.
 
옛날에는 사실 위의 절차보다는 훨씬 복잡했습니다만...
현대식에 맞도록 대충 간추려서 정리하였사오니 이해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