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지식/전통결혼풍습

'함값'이란 용어는 적절치 않다.

홀기 2007. 4. 17. 16:37
결혼식 절차중에서 흔히 사용되는 용어중에는
적절하지 않는 용어가 여러가지가 있는데 그중에서 '함값'이란 용어도 그렇습니다.
 
'함'이란 것은 옛 혼례절차중 '납폐' 때 신랑측에서 신부측에 보내는
신부의 옷감이며 패물, 신변용품 등 즉 '봉채'와
'혼서지'를 보낼 때 그런 것들을 담은 사용하는 상자를 뜻하는 말입니다.
어쨌던 '납폐'를 '함들이'라고 다른 표현으로 사용하기도 하는데,
이는 서민층에서 어려운 말인 '납폐'를 쉬운 말로 표현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요즘은 함을 주로 신랑의 친구들이 갖고 가는데...
옛날에는 신랑은 물론 신랑의 친구들도 신부집에 얼씬을 하지 않았으며
신랑쪽에서 신부쪽에 보내는 서신이나 물품은 신랑집의 하인이 갖다 줬습니다.
하인이나 머슴을 둘만한 형편이 못되는 집안에선 먼 일가친척이 갖고 가기도 했습니다.
좌우간 하인이든 먼 일가이든 가능한 아들을 많이 두고
후덕한 사람이 주로 함을 지고 갔는데...
그렇게 신부집에 함을 갖다 주면 신부쪽에선 함을 지고 온 하인에게
식사를 잘 대접하고 돌아갈 때 쓰라고 노자돈도 줬던 것입니다.
 
요즘은 물론 옛날처럼 집안에 하인이나 머슴이 있는 집은 없으며
또 그런 일을 대부분 신랑의 친구들이 대신하게 됩니다만...
옛날의 풍습은 그대로 남아서 함을 건네주면서 곧 바로 주지 않고
좀 버티다가 주는 것이며, 신부집에서 식사를 잘 대접하는 것은 물론
함을 지고 온 신랑친구들에게 수고비조로 돈을 주기도 합니다.
 
물론 '함사려'라고 외치면서 장난을 좀 하는 것은 좋지만...
그것이 도가 지나쳐서 싸움까지 발생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친구를 도와서 함을 져다 주는 친구들은 어디까지나
장가드는 친구를 도와주는 태도로 임해야지 그렇지가 않고
이런 기회에 한몫 두둑히 챙기자는 자세로 가능한 돈을 많이 받아 내려고
한다면 친구를 도와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욕되게 하는 짓이 됩니다.
따라서 재미삼아서 적당히 버티는 것은 좋지만 너무 많은
돈을 받아내려고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함을 지고 온 사람에게 주는 돈은
결코 '함값'은 아니며 옛날의 노자돈 즉 요즘의 교통비나 수고비로 생각하면 됩니다.
함이란 것은 돈을 주고 살 수도 없으며 또 팔 수도 없는 소중한 것입니다.
그걸 마치 돈주고 사는 것처럼 '함값'이라고 하는 건 적절치가 않습니다.
더구나 함을 갖다 주는 함진아비측에서 그러면 모르지만...
소중한 함을 받는 신부 입장에서 '함값'이란 말은 좋지 않습니다.
그냥 옛날처럼 '노잣돈'이라고 하든지 '수고비'라고 하셔도 될텐데...
왜 굳이 '함값'이라고 하는지 모르겠군요...
 
좌우간 함을 지고 온 사람들에게 주는 수고비는 정해진 것이 없습니다.
진짜 친구를 도와 주려는 마음을 가진 분들이라면 금액이 적고 많음에는
전혀 구애됨 없이 주는대로 그냥 받을 테지만...
못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엄청 많이 주든지...
아니면 한바탕 싸움이 날지도 모릅니다.
좌우간 얼마정도가 적당하다고 정해진 것은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친구들이 아닌 신랑이 직접 갖고 올 때도
'함값을 줘야 하느냐?'고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함은 신랑쪽으로부터 돈을 주고 사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당연히 신랑이 갖고 와도 돈을 지불해야 될 겁니다.
하지만 위에서 설명했듯이 옛날 하인들에게 주는 노잣돈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면
신랑에게 돈을 주는 것은 곧 신랑을 하인 취급을 하는 셈이 되니깐
절대로 돈을 줘선 안됩니다.
'백년손님'인 귀한 사위를 일개 하인취급하여 함을 지고온 수고비로
돈을 준다는 것은 큰 실수를 하는 셈이 되니까요...
 
따라서 '함을 돈주고 사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신랑의 친구들이 갖고 오든 신랑이 갖고 오든 그 함의 가치가 얼마나
될지를 판단하여 그에 해당되는 '함값'을 지불하면 될 것입니다.
이런 분들은 '함값'으로 몇 백만원을 지불해도 비싸지가 않을 겁니다.
 
'함은 사고 팔고 할 수가 없는 귀중한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함을 지고 온 신랑친구들에게만 노자돈으로 적당하게 주면 되는데,
이런 경우라면 사실 몇 십만원도 많이 주는 셈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