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지식/전통결혼풍습

폐백을 생략하면 안되는 이유.

홀기 2007. 4. 17. 16:36
결혼식 절차를 간소화하는 차원에서 함들이를 생략하거나
이바지나 폐백을 생략하시려는 분들이 계시는 걸로 압니다.
 
요즘에는 사실상 '함들이'는 무의미한 풍습에 지나지 않습니다.
왜냐면 옛날에는 '함을 보내는 절차', 즉 '납폐'가 요즘으로 치면
양가가 혼인하기로 서로 약속하는 즉 요즘의 '약혼식'과 같은 의식입니다.
신부가 함을 받으면 이미 시집을 간, 출가외인으로 여겼습니다.
그렇게 함을 받은 후, 혼례식을 올리기 전에 만약에 신랑이 죽어도
신부는 그 집으로 들어 가서 그집 식구가 되었습니다.
 
요즘은 이미 약혼식을 하던가, 결혼날짜까지 다 잡아 놓고서...
심지어 예단까지 다 보내고 나서 형식적으로 결혼식 며칠 전에
함을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원래의 함들이 의미가 없어진 것입니다.
따라서 함들이는 생략해도 상관이 없다고 생각이 됩니다.
 
그리고 과거에도 이바지는 큰 의미는 없으며, 단지 신부가 시댁에 갈 때
음식을 갖고 갔던 데에 불과한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과거에 혼인잔치나 회갑잔치 등 잔치 때가 아니고선 제대로
먹을 수가 없었던 때라면 모르겠지만...
요즘은 평소에도 옛날의 잔치 때보다 더 좋은 음식을 먹고 있습니다.
특히 고기같은 것은 무슨 때가 아니면 맛보지 못하는 아주 귀한 음식이었지만
요즘은 오히려 야채보다 고기가 더 싼 것은 물론이려니와
일부러 고기류는 잘 먹지 않으려는 분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따라서 이바지도 하면 좋겠지만 굳이 간소하게 하려면 생략하셔도 된다고 봅니다.
 
하지만 '폐백'을 생략하려는 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신부가 시부모님께 며느리로서 처음으로 인사를 드리고,
또 시부모가 정식 며느리로 인정을 하는 의식인 '현구고례' 때
시부모님께 드리는 '귀한 예물'이 폐백인데...
이를 '폐백음식'이라고 격하하여 표현을 하거나
'현구고례'를 단지 '폐백음식'을 드리고 절하는 것이라고 여겨서
'폐백음식도 안해도 되지 않느냐'고 생각하기 쉬운데...
'폐백'은 비록 먹을 수 있는 음식이긴 하지만 단순한 음식은 아닙니다.
그리고 폐백을 올리는 의식인 '현구고례'도 그냥 생략해도 되는 것은 아닙니다.
 
만약에 남녀가 서로 부부가 되기 위해서 치루는 '결혼식'을
생략해도 된다고 한다면 아마도 펄쩍 뛰실 분이 많으실 겁니다.
사실 서로 부부가 되어 사시는 분들중에는 '결혼식'을 올리지 못하고
살고 계신 분들도 상당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부부들이 '결혼식'을 안올렸다고 실제 부부가 아닌가요?
아무도 그렇게 생각지를 않을 겁니다.
하지만 결혼식은 중요한 의식이기 때문에 모두들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올립니다.
사실 '결혼'이란 말은 '양집안이 서로 혼인하기로 결정하는 것'을 뜻합니다만
요즘은 '결혼'을 '남자가 장가가고 여자가 시집가는 혼인'으로 여기고
결혼식을 '혼인예식'으로 생각하고 그렇게 사용되고 있긴 합니다만
요즘 결혼식은 '신랑 신부가 부부가 되는 예'에 지나지 않습니다.
 
결혼이란 신랑 신부 당자자들만의 합치는 것이 아니고
신랑집안과 신부집안이 새로운 가족관계를 맺는 중요한 의례입니다.
그렇다면 '신부가 신랑의 아내가 되는 의식'인 결혼식을 치루었다면
'시부모의 며느리가 되는 의식'도 치뤄야만 되지 않을까요?
 
옛날에도 아들이 자기네끼리 좋아서 서로 결혼을 하게 되면...
즉 시부모 입장에선 며느리로 인정을 해주지 않을 때는
당연히 그 며느리의 '폐백'을 받지 않았습니다.
여자가 시집을 가면 한 남자의 아내로서 뿐만 아니라 한 집안의
며느리로서도 당연히 환영을 받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한 남자의 아내가 되기 위한 절차인 '결혼식'을 치뤘다면
그 다음엔 '시부모의 며느리가 되기 위한 절차인 '현구고례'도 당연히 치뤄야 됩니다.
요즘은 '폐백'을 '현구고례' 자체와 같은 의미로 쓰이는 용어인 만큼
'폐백을 하지 않겠다'는 뜻은 단지 '폐백음식'을 장만하지 않겠다는 뜻보단
'현구고례'자체를 하지 않겠다는 뜻이 됩니다.
 
결혼식만 올리고 현구고례를 하지 않으면
'그 집안 아들의 아내는 되지만 며느린 되지 않겠다'는 뜻이 됩니다.
'현구고례'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며느리가 아니라니 그게 말이 되냐?고
하시는 분도 계실 겁니다.
그렇다면 결혼식을 안올리고 혼인신고만 한다고 해서 부부가 아닌가요?
물론 두 가지의 의미는 다르긴 하지만 결혼식을 치루는 비용에 비해선
'현구고례'를 치루는 비용은 아주 미미한 정도입니다.
따라서 다른 것은 생략하드라도 '현구고례', 즉 '폐백'만은
생략하지 말아야 되지 않느냐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