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지식/결혼상식

예단편지 보내려면 제대로 보내자

홀기 2007. 4. 17. 16:13
아랫쪽에 올린 예단편지 '예문중 잘못된 내용'을 보신 분들중엔
'이건 모야?? 이것 저것 떼고 나니 암 것도 안남잖아...'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사실 지금까지 인터넷에 등장한 예문중에는
그대로 베껴서 써먹을 만한 예문은 아직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편지 한 장 쓰기 위해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할 필요까진 없습니다.
한글만 알면 누구나 쓸 수 있는게 편지입니다.
편지는 내가 보기 위함도 아니고 여러 사람에게 보여 주기 위한
문학작품도 아닙니다.
그냥 일정한 형식에 맞춰서 하고 싶은 말을 글로 적으면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편지를 보는 사람의 눈높이에 맞춰서 적을 필요는 있습니다.
초등학교 다니는 아이에게 보내는 편지를 쓰면서
이해할 수 없는 한자말을 ?어서 쓴다든지...
위 어른들께 보내는 편지에서 마치 친구에게 편지를 보내는 어투로
쓰는 것은 보는 사람의 눈높이에 맞추지 못하게 되는 셈입니다.
편지는 자유롭게 쓰되 일정한 형식에 맞춰야 하며
반드시 받는 사람의 격에 맞게끔 어투를 사용해야 됩니다.

그럼 예단편지를 어떻게 쓰야 제대로 쓰는 것인가?

'가만 있었으면 50점은 될 것을 괜히 나서서 0점'이란 말이 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가능한 예단편지는 보내지 말았으면 합니다.
하지만 굳이 보내시고자 하는 분들이라면 아래의 요령에
맞게끔 보내셨으면 바랍니다.
 
1. '예단편지'는 정성을 들여야 한다.
 
'예단'을 보내는 자체가 상당한 정성을 들여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예비신부들이 가장 부담스러워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능한 최대한 정성을 다하자고 생각을 했기 때문에
'예단편지'라고 하는 없었던 문화도 생겨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밤새워 가면서 인터넷을 열심히 뒤져서 수많은 예문을 모아서
그중에서 마음에 드는 예문을 골라서 가능한 예쁜 글씨체로 인쇄를 하여
보내는 것도 정성을 들였다고 할 수는 있습니다만

남이 적어 놓은 편지를 베껴서 보내는 것은 아무리
정성들여도 결코 정성을 들였다고 볼 수는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남들이 적은 예문은 참조를 하지만
가능한 자신이 직접 문구를 하나하나 창작하여야만
정성을 들였다고 볼 수가 있습니다.
인터넷에 떠도는 예단편지 예문들을 보면 30줄을 넘는 양은 거의 없습니다.
위쪽에 제시한 5가지 예문들도 모두 20여줄 정도입니다.
이 정도 양이면 아무리 글 재주가 없는 분들이라도
충분히 적을 수가 있다고 생각이 됩니다.
아무리 매끈한 남의 글도 내 마음을 그대로 나타낼 수는 없습니다.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전하려면 자신이 직접 적으셔야만 됩니다.
 
2. 직접 친필로 적자.
 
의외로 많은 분들께서 컴퓨터프린트를 이용하여
인쇄를 하여 보내시는 분들이 많으신데,
아무리 좋은 프린트로 이용하여 고급종이에 인쇄를 해도
또박또박 자신이 직접 적어서 보내는 것보다는 정성이 부족할 수 밖에 없습니다.
'나는 필체가 형편없는데 어케???'
선천적으로 글씨를 잘 쓰시는 분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분들도 계십니다만 잘 쓴 글씨든 못 쓴 글씨든
글씨에는 그 사람의 개성이 담겨 있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필체 감정 전문가들은 글씨만 보고도 글 쓴 사람의
성격을 파악할 수도 있답니다.
그래서 시부모님 되실 분들께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전달하고 싶으신 분들은
기왕이면 나의 진면목을 보여 드리기 위해서라도
글씨를 잘 쓰고 못 쓰고를 떠나서 직접 쓰시는게 좋습니다.
진짜로 남편되실 분을 존경하고 시부모님을 공경하시는
마음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필체가 좋든 나쁘든
글씨에 그런 마음이 그대로 담겨져서 상대방에게 전달이 된다는 점을
잊지 마시고 정성들여서 직접 또박또박 적어서 보내시기 바랍니다.
 
국가간에는 수많은 문서가 오가지만 대부분이 타이핑을 해서
마지막에 싸인만 친필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만
진짜 중요한 문서는 해당 국가 원수가 직접 친필로 적어서 보내는데
이것을 '친서'라고 한답니다.
그만큼 같은 내용이라도 직접 쓴 편지와 타이핑한 편지는
정성에서 차이가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3. 편지 글에선 말투를 달리해야 한다.
 
직장에서 외부로 나가는 공문을 작성해 보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직접 상대방에게 전화로 전달할 때와
서신으로 전달할 때는 비록 같은 내용이라도 표현에서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볼 수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거래처에 직접 전화를 할 때는
'안녕하세요. 한국전자 영업부 ***입니다.'로 시작을 하지만
공문으로 보낼 때는 이런 식으로 적지 않고
'당사의 매출증대에 기여하시는 귀사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식으로
먼저 인사말을 적고 다음에 용건을 적게 되며, 마지막에도
'귀사의 일익번창하심을 기원합니다.'식으로
끝맺는 인사말을 빼놓지 않을 정도로 격식을 차리게 됩니다.
 
이와 같이 직접 상대방과 대화를 할 때와
편지로 전달할 때는 문장의 표현을 달리 하는게 상식입니다.
수 많은 예문들에서 하나같이 '아버님 어머님께,'라고 서두를 시작하는데
이는 윗 어른들께 보내는 서신의 서두로서는 부적절한 표현입니다.
요즘엔 자식으로서 부모님께 편지를 드리는 경우가 잘 없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부모님을 떠나서 객지 생활을 하는
분들은 수시로 고항에 계신 부모님께 편지를 보내곤 했습니다.
그런 편지에선 거의 대부분이 첫 머리에 '아버님(어머님) 전상서'라고 썼습니다.
'전상서(前上書)'란 한자 말은 '~앞에 글을 올립니다.'란 뜻입니다.
즉 '아버님(어머님)께 글을 올립니다.'란 뜻이 됩니다.

수많은 예단편지 예문에서 '아버님, 어머님께'로 시작을 하는데
'께'란 말은 '에게'의 높임말은 맞습니다.
하지만 '아버님께'는 '아버님에게'식으로 뒷말을 짤라 버린 말이 됩니다.
친구간에 주고 받는 편지에선 '**에게'식으로 뒷말을 잘라 버려도 됩니다만
생전 처음으로 시부모님에게 드리는 편지에서
서두부터 뒷말을 잘라 버리는 것은 예의가 아닙니다.
비록 부모님들이 자식에게 편지를 보낼 때도
서두에서 '길동에게'식으로 하진 않았습니다.
'길동이 보아라' 또는 '길동이 살피거라' 식으로 적었습니다.
 
영어편지에선 흔히 'Dear Mr. Bush'식으로 'Dear'라고 적습니다만
아마 이를 '~에게' 또는 '~께' 정도로 이해를 하시는 분이 있으신지 모르겠지만
'친애하는~' 식으로 최대한의 공경어에 해당이 된답니다.
일본인들의 경우에도 평소 말할 때는 '기무라상'이라고 하지만
편지를 보낼 땐 '木村 樣'이라고 즉 '기무라(木村) 사마(樣)'라고 적는데,
일본어에서 '樣(사마)'는 최고의 공경어에 해당된답니다.
최근 일본에서 우리나라의 탈렌트 배용준씨가 일본아줌마들에게 우상이 되고 있는데
그들이 배용준씨를 '욘(용의 일본식 발음)사마'라고 부르는 건
최대의 존경을 표하는 호칭이랍니다.
이처럼 평소 대화할 때와는 달리 편지 글에선 상대방 호칭을 달리 적는게 예의입니다.
하늘(?)같은 시부모님께 편지를 보내면서 '아버님, 어머님께'로
적는 것은 아무래도 격에 맞지 않습니다.
'어버님, 어머님 전상서'식으로 한자말로 적든지
'아버님, 어머님께 글을 올립니다.'식으로 풀어서 적으셔도 되며
아니면 '아버님, 어머님 살피십시오.'라고 적으셔도 됩니다.
즉 어른들께 말할 때는 물론 편지를 적으실 때는
말꼬리를 짤라 먹는 식으로 적어선 예의가 아닙니다.
 
그리고 문장을 맺는 말에서 '**예요', '생각되네요', '건강하세요.'
'감사 드리고요.'식으로 끝에다 '요'자를 붙여서 끝맺는 문장이 많은데,
'요'자만 붙이면 존칭어라고 생각하시면 안됩니다.
물론 '요'자를 붙이면 낮춤말은 아닌 것 맞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높임말은 못됩니다.
윗 어르신들과 직접 대화할 때도 '요'자를 붙이는 것은 옳은 표현이 못됩니다.
가능한 삼가해야 할 말투입니다.
그리고 편지 글에선 가능한 문어체를 쓰셔야 됩니다.
'**예요=**입니다.', '생각되네요=생각이 됩니다.', '건강하세요=건강하십시오.',
'감사 드리고요=감사 드립니다.'식으로...
이처럼 어투 하나하나에서 '가정교육'을 엿보게 되며,
맞춤법 하나하나에서 '학교교육'을 엿볼 수도 있다는 점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4. 절대로 딸같은 며느리가 되어선 안된다.
 
예문에서 자주 등장하는 말중에 '딸같은 며느리'가 있습니다만
처음 예문을 적으셨던 분이 어떤 의도에서 그런 내용을
적으셨는지는 모르지만 소원대로 '딸같은 며느리'가 되어 버리면
며느리 입장에서나 시부모님 입장에서도 상당히 곤란하게 될 겁니다.
처음 예문을 적으셨던 분의 바램은 '며느리로서 어렵게
대하시지 말고 딸처럼 편하게 대해 달라.'는 뜻인 것 같습니다만
비록 마음가짐은 그렇다고 쳐도 절대로 실제 행동에선
'딸같은 며느리'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우선 며느리 입장에서 보면 딸은 나이가 들어도 아버지를 '아빠',
어머니를 '엄마'라고 부르기도 하며 말도 존댓말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아버지보고 '아빠, 오늘 몇 시에 들어와?'하거나
시어머니보고 '엄마, 우리 목욕탕 가자.'라고 한다면
주위에서 '어쩌면 저집은 고부간이 꼭 모녀같애'라고 칭찬을 할까요?
아마 십중 팔구는 안보는데서 욕 할겁니다.
그리고 시부모 입장에서 며느리보고 꼭 딸에게 말하듯이
'이놈에 기집애가 맨날 어딜 그렇게 쏘다녀?'라고 야단이라도 친다면?
과연 며느리 되신 분이 '엄만 왜 맨날 날 못잡아 먹어서 그래?'라고
딸처럼 대꾸를 하고 방문을 탁 닫고 자기 방으로 들어가고 말까요?
아마도 그날로 당장에 보따리 싸서 친정으로 가버릴 겁니다.
왜 딸같은 며느리가 되시길 원하시는지는 모르지만
시부모 입장에서 며느리를 딸로 보거나, 남으로 보거나
며느리 입장에선 시부모를 마치 친정부모처럼 대하거나
남처럼 대하는 것 보다는 며느리는 시부모로부터 며느리로서 대접을 받고
시부모는 며느리로부터 항상 시부모로서 대접을 받을 때만이
진정으로 서로가 편한 관계가 된다고 보시면 될 겁니다.
 
5. 반드시 부모님 대신 글을 쓴다는 점을 잊지 말자.
 
'예단'이란 것은 그것이 물품이 되었던, 현금이 되었던
신부 집안에서 마련하여 신랑 집안으로 보내는 최대의 예물입니다.
그리고 예단 장만은 신부 본인이 하는 경우보단
부모님이 장만 하시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비록 부모님이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신부가
자기가 번 돈으로 마련할지라도 '부모님이 마련한 걸'로
보내시는게 상대방에 대한 예의이며, 딸을 시집보내는
부모님의 체면을 세워 주는 딸의 도리이기도 합니다.
시부모님에겐 '효도'니 '사랑'이니 온갖 낱말을 구사해 가면서
경우에도 없는 예단편지까지 보내면서 친정 부모님 체면은 생각지 않는다면
진정한 '효도'나 '사랑'은 되지 못할 것입니다.
 
예단을 부모님이 보내신다면 당연히 예단편지도
부모님(가능한 아버지)이 직접 쓰시는게 예의입니다만
신부가 직접 시부모되실 분들에게 편지를 쓰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까
신부가 직접 쓰긴 쓰되 반드시 편지 내용중에
'저희 부모님께서 약소한 예단을 보내시면서
그냥 예단만 보내시기엔 미안한 마음 금할 길이 없으셔서
편지로나마 몇 말씀 전해 드리고 싶지만 차마 무어라고 적기가
곤란하시다기에 예의는 아니오나 미욱한 제가 부모님을 대신하여
졸필로나마 몇 자 적어 올리오니 아버님, 어머님, 넓으신 마음으로
이해하여 주시기를 바랄 뿐입니다.'는 식으로
부모님을 대신하여 본인이 편지를 보낸다는 점을
편지내용에 삽입을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편지 마지막에도 본인의 이름만 적지 말고
'서초동 홍길동의 딸 말자 드림'식으로
아버지 성함을 적고 자신의 이름을 적는 것이 좋습니다.
이런 형식은 청첩장에서와 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청첩장도 결혼식에서 쓰이는 서식이고
예단편지도 역시 마찬가지 하나의 서식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6. 시부모님에게 '사랑한다.'는 말은 적당치 않다.
 
'사랑'이란 말은 정말 좋은 말입니다.
사랑이란 상대방을 '아끼고 위하며 애틋하게 여긴다'는 뜻입니다.
남녀간에도 서로 사랑할 수가 있지만 부모 자식간에도 서로 사랑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곰곰히 따져 보면 남녀간에는 '서로 사랑'이 성립되지만
부모 자식간에는 '부모는 자식을 사랑하고 자식은 부모의 사랑을 받고...'
즉 일방적인 사랑이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부모 자식간의 사랑은 '내리 사랑'이라고도 합니다.
부모는 자식을 사랑하고 그 자식은 커서 또 자기 자식을 사랑하고...
계속 사랑을 밑으로 전달이 되기 때문에 '내리 사랑'이란
말이 생기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아빠 사랑해', '엄마 사랑해'라고 하거나
나이든 아들의 경우에는 그런 말은 하는 경우는 잘 없지만
딸들은 나이가 들어도 '아빠, 엄마 사랑해'란 말을 쓰곤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하는 자식들의 '사랑해'란 말은
단지 '좋아해'의 다른 표현이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자식은 부모를 '공경하고', '존경하고', '신뢰하고', '효도'하는 것이지
사랑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남녀간의 사랑은 만난 순간부터 서로 사랑할 수도 있습니다만
부모자식간의 사랑은 타고 나는 것이지 어느날 갑자기 생길 수 있는
사랑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자신들이 직접 낳은 자식은 미우나 고우나 사랑하기 마련입니다만
남의 자식인 며느리는 살다가 보면 사랑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자식이 친 부모도 사랑하기가 힘든데 하물며 몇 번 만나지도 않은
예비 며느리가 시부모를 사랑한다는 것은 나중엔 모르지만
예단편지에다 보낼 무렵에 남발할 말은 아니란 생각이 듭니다.
 
어떤 분의 '예단 후기'에 '닭살 돋더라'는 표현을 본 적이 있습니다만
'닭살 돋는 낱말'은 가능한 쓰지 않는 것이 피차에 좋을 것 같습니다.
그냥 '아버님, 어머님 존경합니다.' 정도로도 충분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