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지식/결혼상식

예단편지 예문중에 잘못된 표현이 있더라

홀기 2007. 4. 17. 16:14
인터넷상에서 보면 '예단편지 예문'이란 것들이 있는데,
물론 인터넷상에서 다른 사람이 적은 예문을 베껴서
필요한 부분만 고쳐서 보내도 좋습니다.
왜냐면 요즘 며느리로부터 예단편지를 받아보실만한 연령층은
소위 컴맹세대로서 인터넷을 거의 이용치 않는 세대인 바
설사 예비며느리가 인터넷에서 남이 적은 예단편지를
베껴서 이름만 바꿔서 보내도 전혀 눈치채지 못할 테니까요. ^ ^

그렇지만 비록 예비며느리가 예단편지를
인터넷에서 베껴서 보낸 것은 눈치를 채지 못하지만
내용중에 잘못된 부분은 알아챌 수 있으신 분들이 의외로 많으실 겁니다.
따라서 베끼긴 베끼되 가능한 잘못 표현된 부분은
바로 잡아서 보내시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만약 잘못된 채로 그냥 보내게 되면 그걸 본 어르신들께서
'에구... 우리 며느리 글솜씨가 형편없구만...'이라고 생각하여
오히려 안보낸만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럼 요즘 떠도는 예단편지 예문들 중에서 어떤 점이
잘못 되었는지 좀 살펴 보기로 하겠습니다.
 
시부모에 대한 그 아들의 지칭이 잘못되었다.
 
예문중에 예비 신랑에 대한 지칭에서 '* * 씨'라고
이름뒤에다 '씨'를 붙여서 지칭하는 내용이 많은데, 이는 잘못된 지칭입니다.
윗 어르신들께 그 분들의 자식을 말할 때는 친구사이라면 그냥 '씨'자를 붙이지 않고
'아버님 저 '길동'이 친구 갑돌입니다.'식으로
친구의 이름을 바로 불러도 상관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미 결혼한 며느리가 시부모님께 남편(그 분들의 아들)의 이름을
부르는 것도 예의가 아닌데, 하물며 예비며느리 입장에서
시부모님앞에서 남편될 사람의 이름을 부르는 건 맞지 않습니다.

그럼 뭐라고 해야 하느냐?
남들이 다른 사람앞에서 그 사람의 자식을 지칭할 때는 '아드님' 또는 '따님'이라고 합니다.

비록 그 분의 자식이 자기보다 나이가 어리더라도
'아드님은 지금 몇 학년입니까?'식으로 부르는게 예의입니다.
따라서 예비며느리 입장에서 시부모 되실 분께 예비남편(그 분들의 아들)을 부를 때도
'**씨' 또는 '오빠'식으로 불러선 안되며 그냥 '아드님'이라고만 부르면 됩니다.
반대로 남자가 장차 장인 장모가 되실 분들 앞에서
예비아내를 부를 때도 이름을 직접 부르지 말고 '따님'이라고 하시면 됩니다.
 
'**를 키워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은 쓰지 말아야
 
거의 모든 예문에는 표현에선 약간씩 다르지만 빠짐없이 등장하는 문장중
'**씨를 훌륭하게 키워 주셔서 감사합니다.'란 내용이 있는데,
아마 처음 예문을 적으신 분이 그렇게 적었기에 그런 예문들을
그냥 베끼다 보니까 모두 그런 내용이 포함된 것이 아닌가 추측이 됩니다만
이는 잘못된 표현이라기 보다는 쓰지 말아야 할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내용을 다시 해석을 하면 '시부모들이 아들을 며느리인 나한테 주기 위해
그동안 애써서 훌륭하게 키워준데 대해 감사한다.'는 뜻이 됩니다.
이건 도저히 며느리가 시부모님에게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시부모 입장에선 한 마디로 말도 안되는 말인 것입니다.
왜냐면 그 어떤 부모도 이담에 며느리한테서 고맙다는 소릴 듣기위해
당신의 아들들을 온갖 정성을 들여 잘 키우는 것도 아니며, 
더구나 며느리한테 아들을 준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아들을 잘 키워 좋은 며느리를 데려 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요즘 며느리 입장에선 '내가 그집 며느리로 들어 간다.'기 보다는
'그 집 아들을 내 남편으로 데려 온다.'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시부모앞에서 대놓고
'**씨를 훌륭한 남자로 키워 주셔서 감사합니다.'식으로
'속마음'을 다 내보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속마음은 그렇더라도 자존심을 좀 죽이고
'아무 것도 모르는 저를 훌륭한 아드님의 배필로 짝지워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하면
훨씬 상대를 기분좋게 하면서 완벽하게 내 본심을 숨기게 되는 겁니다.
만약에 '이게 뭔소리? 난 그런 맘이 아니고 기냥 베낀건데...'라고
펄쩍 뛰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좀 더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자식이 자신을 키워주신 부모님에게
'(저를 이만큼) 키워 주셔서 고맙습니다.'라고 할 수는 있습니다.
아니면 사정에 의하여 자기가 낳은 자식을 다른 사람에게 양육을 맡긴 후
나중에 자기 자식이 성장한 모습을 보고서 자기 자식을 키워 준 분들께
'제 자식을 이렇게 훌륭하게 키워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자식이 아닌 사람이(비록 배우자라도)
'**를 훌륭하게 키워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학교를 방문한 학부모가 선생님을 만나는 자리에서
'선생님, 저희 아이를 잘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할 순 있지만
선생님이 '어머님, 자제분을 아주 훌륭하게 키워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치례로 할 수는 없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키워 주셔서 감사한다.'란 말은 결국은 시부모님들에게
'아들을 키운 노고(수고)'에 대해 감사한다는 말이 되는데
아랫 사람이 윗 어른들의 수고에 대해 감사를 할 수가 없습니다.
'수고했네' 또는 '수고 하셨습니다.'란 말은
윗 사람이 아랫 사람에게나 할 수 있는 말이지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할 수 있는 말은 아닙니다.

흔히 직장에서도 상사가 먼저 퇴근을 하게 되면 부하직원들이
'부장(이사)님, 수고 하셨습니다.'라고 인사를 하는가 하면
심지어 부하직원이 먼저 퇴근을 하면서 뒤에 남은 상사에게
'부장(이사)님, 수고 하십시오.'라고 인사를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아주 잘못된 인사말입니다.
 
'아드님은 항상 예의 바르고. 언제 봐도 믿음직합니다'
'전 이세상에서 아드님보다 훌륭한 남자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아드님처럼 훌륭한 짝을 만난 건 가장 큰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등
얼마든지 자기 배우자를 훌륭한 남자로 만들면서
시부모님을 기쁘게 할 말이 수도 없이 많을 텐데...
왜 하필이면 '키워 주셔서 감사합니다.'란 말을 써야 할까요?

'사윗감으로 키워주신...'이란 말은 큰일날 말입니다.
 
앞서 '키워 주셔서 감사하다.'란 말은 쓰지 말아야 한다고 언급을 했습니다만
일부 예문에선 한술 더 떠서 '훌륭한 사위감으로 키워주신...'식으로
아예 시부모의 아들을 자기 남편감이 아닌 자기 사윗감으로 데려 가려는 듯한
내용을 담은 예문도 있어서 좀 걱정이 됩니다.

예단편지 작성자가 사위를 보게 되는 신부의 부모님께서
직접 쓰시는 내용이라면 모르지만 신부인 당사자가 자신의 배우자를
'사윗감'으로 언급하며 '키워 주신데...'란 말로
시부모의 노고(?)를 치하한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는 말입니다.

'사윗감'이란 말뿐만 아니라 '며느리감'이란 말도 흔히 쓰는 말이긴 합니다만
'감'이란 말은 '횟감', '한복감'에서처럼 어떤 물건을 만드는 재료를 뜻하는 말이지만
사람에게도 '후보'와 같은 의미로 '대통령감', '장군감'과 같이 쓰이는 말입니다.
시집갈 나이의 딸을 둔 부모님들에겐 이 세상의 모든 총각들은 '사윗감'인 셈입니다.
'그 친구 똑똑하긴 하지만 내 사윗감으론 부족해'식으로 쓸 수 있는 말입니다.

하지만 이런 말은 친한 친구간이나 아랫사람 또는 잘 아는 사람간에
주고 받는 말에서 써먹는 말이지 가장 어려운 상대인
사돈되실 분들이나 더구나 시부모님이 되실 분께 쓸 수 있는 말은 아닙니다.
'사윗감'이란 사위로 삼을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어디까지나 사위로서 자격을 갖추 후보쯤으로 봐야 됩니다.
이미 양가간에 사돈관계를 맺기로 하고 예단까지 주고 받는 과정에서
'귀한 사위가 될 사람'을 사돈어른들께 '사윗감'으로 부르는 것도 큰 실례인데,
더구나 며느리가 될 사람이 시부모님께 '사윗감' 운운하는 것은
상식이하의 행동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설사 신부의 아버지가 직접 쓰는 편지라고 해도
'훌륭한 사윗감으로 키워 주셔서 감사합니다.'란 말을 할 수가 없습니다.
'훌륭한 아드님을 저희 사위로 맞게 된 것을 큰 영광으로 압니다.'식으로 하든지
며느리 입장에서라면 '훌륭한 아드님을 사위로 맞게 되어
저희 부모님께서 너무나 기뻐하십니다.'라고 하면 되잖아요?
 
위에서 언급한 '훌륭한 남자로 키워 주셔서 감사합니다.'란 말은
누가 뭐래도 나는 써먹어야 되겠다고 생각하시는 분들께서도
'사윗감으로 키워주신...' 이라는 말만은 쓰지 말아 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