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지식/전통결혼풍습

결혼식 날잡아 놓고 남의 결혼식 가면 안된다는데...

홀기 2007. 4. 17. 16:06
결혼식 날 잡아 놓고 남의 결혼식이나 특히 초상집 같은데는
가지 않는 법이라더라는 말은 속설이긴 하지만 옛날엔 단순한 미신은 아니고
근거 있는 속설이었다고 생각이 됩니다.
그 밖에도 우리 생활에서 전해오는 속설은 상당히 많지만
그러한 속설들을 그냥 미신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상당히 교훈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우선 결혼식 날잡아 놓은 당사자나 혼주들이 남의 결혼식이나
초상집에 가선 안된다고 하는 속설은 그말을 한 사람에게
왜 그런가고 물어 보면 '왜 그런진 모르지만 좋은게 좋은 거 아냐?'란 답변이 대부분입니다.
 
옛 선조들은 초상집에 가게 되면 죽은 사람의 혼 즉 귀신이
딸려 올 수도 있고, 초상집이 아닌 남의 결혼식이나 회갑잔치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가게 되면 그런 곳에는 다른 사람을 쫓아온
귀신이 나한테 옮겨 붙을 수가 있다고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단순하게 감기가 걸린 것도 귀신이 붙어서 그런 거라고 푸닥거리를 할 정도였으니까
그런 정도는 당연히 생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속설들의 진짜 의미를 헤아려 보면 그속에는
상당한 교훈이 들어 있기 마련입니다.
결혼식 날을 잡아 놓은 당사자나 혼주가 혹시 병이라도 걸리게 되면
결혼식 자체를 치루지 못할 수도 있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본의는 아니지만 상대방에 대한 큰 실례를 범하게 되는 셈이 됩니다.
요즘은 의학이 발달하여 각종 전염병은 예방주사를 맞으면 되고
왜만해선 사람들이 많은 장소에 가도 병에 걸리는 경우는 잘 없지만
옛날에는 그렇지가 못했기 때문에 요즘엔 별로 무서운 병도 아닌
홍역같은 전염병도 한번 돌기만 하면 한 동네뿐만 아니라 인근 고을 전체에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되는 경우가 허다하였습니다.
즉 그만큼 병에 전염될 가능성이 높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결혼식을 앞 두거나 이제 막 장례를 치룬 상주의 경우에는
만에 하나 사람들이 많은 장소에 가서 병에라도 걸리면
큰 일이니까 미리미리 예방차원에서 그런 방책을 쓴 것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하지만 요즘처럼 의학이 발달하고 일부러 그런 잔치집에 안가드라도
거의 매일 전철이나 만원버스에서 수많은 사람들과 몸을 부데끼고 사는 세상에
결혼을 앞둔 신부가 혹시 병이라도 옮을까 봐서 남의 결혼식에
가지 말라고 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그런 속설에 담긴 뜻이라면 오히려 남의 결혼식이나 초상집엔 가는 것보다
매일매일 출퇴근 길에 만원 버스나 지하철을 타지 못하게 해야 옳다고 봅니다.
요즘처럼 환절기에는 독감에 걸릴 확율이 높습니다.
당장에 직장을 관두고 집안에 꼭 처박혀 있어야 되지 않을까요?
 
아마 누군가가 '결혼식 날잡아 놓은 사람은 직장에 다니면 안좋다더라'고 한다면
당장에 미친넘의 헷소리라고 할 겁니다. 
말도 안되는 소리지요.
따라서 결혼식 날잡아 놓고 남의 결혼식에 가선 안된다는 말도
요즘은 한 마디로 말도 안되는 소리입니다.
염려말고 가셔야 될 곳은 얼마든지 마음 놓고 다녀 오셔도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