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지식/전통결혼풍습

옛날 혼례에선 어떤 식으로 서신이 오갔을까?

홀기 2007. 4. 17. 16:15
최근 들어 예단을 보내면서 예단편지를 함께 보내는게 유행(?)인 것 같습니다.
마침 웨딩프렌드 사이트에도 '예단편지' 게시판이 새로 생기고
수집해서 올린 몇 가지 예단편지 예문도 올라 있길래 읽어 보았습니다만
처음에 어떤 분이 쓰신 내용인지는 모르지만 문맥은
상당히 매끄럽게 잘 되어 있습니다만 내용중 격식에 맞지 않는 내용이
있어서 기왕 예단편지를 보낼려면 제대로 격식을 차리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해서 제가 느낀대로 좀 적어 봅니다.
 
전통혼례에서 예단편지란 것은 없었다.
 
전통혼례에선 요즘처럼 신부측에서 신랑측에
예단을 보내는 경우도 없었으며 따라서 예단편지란 건 없었습니다.
더구나 혼례절차중 양 집안에 여러번의 서신이 오가지만
신랑이나 신부가 직접 서신을 보내는 경우는 없었으며
모든 서신은 신랑, 신부의 아버지인 혼주간에 서로 오갔습니다.

그리고 양가에 오가는 서신의 형식도
먼저 신랑측에서 신부측에 서신을 보내면
신부측에선 그에 대한 답신을 보내는 형식으로 오갔으며
신부측에서 먼저 서신을 보내는 경우도 없었습니다.

요즘의 예단편지는 옛날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신부가 장차 시부모님이 되실 분들께 예단을 보내면서
편지를 써서 함께 보내는 형식으로서 과거 전통혼례에서 오갔던
양가의 서신과는 격식도 완전히 다릅니다만
과거에 그런 전례가 없었다고 해서는 안된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기왕 예단편지를 보낼려면 예의에 맞게끔
격식도 가능한 갖추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옛날에는 어떤 식으로 서신이 오갔을까?
 
과거 전통혼례 절차에선 대체로 아래와 같이
양 집안간에 서로 서신이 오갔습니다.

1. 청혼(請婚)편지 : 신랑 -> 신부
2. 허혼(許婚)편지 : 신부 -> 신랑
3. 사주편지(納采文) : 신랑 -> 신부(사성과 함께)
4. 연길편지(涓吉文) : 신부 -> 신랑(연길과 함께)
5. 혼서지(婚書紙) : 신랑 -> 신부(納幣(함들이) 때)
6. 납폐문(納幣文) 회신 : 신부 -> 신랑

이상과 같이 신랑측에서 3번의 편지를 신부측에 보내면
신부측에서 그에 대한 답장을 보내는 형식으로
총 3번을 편지를 주고 받았습니다.

위에서 오가는 편지들은 내용을 마음대로 적는 것은 아니고
일정한 형식으로 짜여진 내용중 보내는 계절에 따라 인사말을 달리하며
보내는 날짜와 보내는 사람의 이름만 바꾸는 형식으로
아주 간단한 내용으로 형식화 되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어떤 식으로 오갔는지 예를 한번 본다면
먼저 신랑측에서 신부측에 사주(사성)를 보내면서
함께 보낸 사주편지는 아래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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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維菊秋之節 尊體候以滿重
仰慰區區之至
국화꽃 피는 가을을 맞이하여
귀하신 집안의 모두들 평안하신지요.
第家兒親事 旣蒙契許
寒門慶幸 采單錄呈
涓吉回示如何
저희 아이 혼사에 이미 허락하심을 주시었으니
저희 가문에 경사가 아닐 수 없으며, 사주단자를 보내오니
연길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餘不備伏惟
尊照謹拜 上狀
부족한 점 많사오나
너그러운 마음으로 양해하여 주시기 바라며
삼가 이 글을 올립니다.

甲申年 十一月 二十九日
全州後人 李甲乭 拜
갑신(2004)년 11월 29일
전주후인 이갑돌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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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위 글을 받은 신부측에선
연길(결혼식 날짜)과 함께 아래와 같은 답신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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伏承華翰 感荷無量
謹未審玆時
尊體候滿重 仰慰區區之至
서신을 받자오니 감사한 마음 한이 없습니다.
근간에 귀하신 집안분들 모두 평안하신지요.
弟女兒親事 旣承柱單
寒門慶事 涓吉錄呈
저희 딸아이 혼사에 이미 사주단자를 받자오니
저희 가문에 경사가 아닐 수 없으며
이에 따라 연길을 보내 드립니다.
 
章製回示如何餘不備伏惟
尊照謹拜 上狀
신랑의 의복 치수를 알려주시기 바라며
미비한 점이 있사오나 너그러운 마음으로 양해하여
주시기 바라면서 삼가 이 글을 올립니다.
乙酉年 正月 十九日
南陽後人 弘吉東 再拜
을유(2005)년 1월 19일
남양후인 홍길동 재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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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의 각각 주고 받은 서신 내용에서 보듯이
아주 간단한 내용이지만 상대방에 대해 최대한의
예의를 갖추면서 겸손함을 곁들였다는 것을 읽을 수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