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백올릴 때 친정부모님께 절을 해선 안되는 이유

결혼식이 끝나고 나서 폐백올리는 절차를

마치 시부모님이나 시댁 어른들께 인사치례를 하는 것쯤으로 여겨서

시부모님께 인사를 하면 당연히 친정부모님게도 인사를 해야 되지 않느냐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을 수가 있습니다만

 

소위 요즘 '폐백올린다'는  결혼식날 마지막 절차에 대해서 좀 확실하게 알아 봅시다.

 

'폐백'이란 무엇인가?

 

'폐백'을 마치 결혼식날 신랑 신부가 시부모님께 절을 하는 의식으로

알고 계신 분들이 많으시지만 '폐백(幣帛)'이란 말을 사전에서 찾아 보시면

'혼례 때 신부가 시부모에게 처음으로 인사를 드리는 구고(舅姑)의 예(禮)를 올리기

위하여 준비해 가는 특별 음식'이라고 적혀 있을 겁니다. 

즉 혼례의식중 한 절차인 '현구고례(見舅姑禮)'에 쓰이는 음식이란 뜻인데...

이 사전을 만든 사람이 올바르게 설명을 못한 부분입니다.

'폐백(幣帛)'의 한자의 뜻을 보면 '비단 폐(幣)와 비단 백(帛)'입니다.

즉 비단이란 뜻입니다.

혼례식 때 양가에 오가는 비단 등 온갖 선물을 통칭하는 용어입니다.

현구고례식 때 시부모님께 드리는 음식 또한 이에 해당되기 때문에 폐백이라고 하며

윗분께 음식을 주는 것을 '올린다' 또는 '드린다'는 표현을 쓰기 때문에

시부모님께 폐백을 주는 것을 '폐백을 올린다' 또는 '폐백을 드린다'도 표현하는 겁니다.

 

음식과 마찬가지로 윗분께 절을 하는 것도 '절을 올린다', '절을 드린다'고

표현을 하기 때문에 마치 '폐백=시부모님께 드리는 절'로 잘못 알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예식장같은데서 '시부모님께 절을 드리는 방'이니까 '폐백실'로

표현을 하게 된 셈인데 위의 설명을 보면 왜 잘못된 표현인지 이해가 될 겁니다.

 

그럼 ''현구고례(見舅姑禮)'란 무엇인가?

한자말을 그대로 풀이하면 '시부모님을 뵙는 예'입니다.

즉 신부가 시댁에 들어가서 처음으로 시부모님께 절을 하는 혼례의식을 뜻합니다.

단순히 절을 하는 것이 아니고 신부가 시부모님께 이 집안의 며느리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하겠다는 신고를 하고 시부모님은 정식 며느리로

인정을 한다는 신식으로 말하면 '며느리 임명식'인 셈입니다.

 

요즘 '현구고례'에서 신랑이 신부와 나란히 서서 절을 하는데

이 또한 잘못된 겁니다.

신랑이 자기 부모님께 '이 집안의 며느리가 되었음을 신고합니다.'고 절을 한다?

뭔가 맞지 않잖아요? 그래서 '현구고례'에선 신랑은 부모님의 왼쪽 옆 서 있고

신부만 수모의 도움을 받으면서 4번의 절을 올리게 되는 겁니다.

그러면 시아버지는 며느리에게 대추와 밤을 치마폭에 던져 주는 겁니다.

왜 대추와 밤을 던져 줄까요? 그것도 치마폭에다가...

'아들을 많이 많아서 이 집안의 대를 이으라'는 뜻으로 하는 의식입니다.

 

그런 엄숙한(?) 자리인데... 친정부모에게도 신고를 해야 할까요? 

남의 며느리가 되었음을 신고하는 것도 아니고...

당연히 '현구고례'에선 친정부모에겐 절을 올리지 않아도 되며

그런 자리에서 절을 못 받았다고 섭섭해 하셔도 안됩니다.

그런 자리에서 절을 받으시겠다고 하시는 친정 부모님은

혼례의식에 대해서 잘 모르시는 분임을 인정하시는 셈이 됩니다.

 

여기서 여러 신부님들 '이건 너무 불공평해'라고

무지 분해 하시는 분들이 계실 것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바로 그런 점을 생각해서 옛부터 친정 부모님에게도 절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마련을 하였습니다.

그게 언제냐? 며느리가 시집온 해 한 해 추수가 끝나면 햇곡식으로

술을 빚고 떡을 하고 잔뜩 준비를 하여 며느리에게 첫 친정나들이를 보내는 겁니다.

이렇게 첫 친정에 가는 것을 '근친(覲親)'이라고 합니다.

물론 그때는 신랑도 당연히 신부와 함께 동행을 하여 처가에 도착하여

신부의 부모님 즉 장인어른과 장모님께 는 절을 올립니다.

 

그 때 비로소 처가 일가친척들은 신랑을 정식으로

그 집안의 사위로서 대접을 하고 소위 '신랑다루기'를 하게 됩니다.

'신랑다루기'는 또 뭐냐? 신부의 친척 남자들이 신랑을

발을 매달아 놓고 발바닥을 장작개비로 때리는 겁니다.

그러면 장모는 우리 사위 살려 달라서 술과 음식을 내놓게 되는 겁니다.

하필이면 왜 발바닥을 때리느냐? 그건 신랑이 신부를 두고서

도망을 가지 못하게 하겠다는 즉 한눈 팔지 말고

우리 집안 딸을 평생 배필로 잘 대하는 일종의 경고인 셈입니다.

 

오늘날에 와선 꼭 그렇게 할 필요까진 없고

결혼식날 '현구고례'는 올렸으니까 신혼여행을 다녀와서

먼저 신부집으로 가서 신랑 신부가 함께 신부 부모님께 절을 올리면 됩니다.

 

여기까지 제가 아는대로 설명을 했습니다만

'그런 꼬리따분한 거 따질 필요가 뭐 있느냐? 그냥 난 친정부모님께 절하고 말꺼야'라고

화를 내실 신부님들도 계시리라 생각이 됩니다만 그런 거 따질 필요가 없다면

'현구고례' 자체가 무의미 한 것이니까 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요?

굳이 하시겠다는 분은 사전에 반드시 시부모님께 양해를 구하시고

그리고 시부모님과 일가친척들에 대한 절을 다하고 난 다음에

따로 친정 부모님께 절을 올리시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