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지식/전통결혼풍습

폐백이란

홀기 2007. 8. 29. 17:04
폐백이란 두글자 모두 같은 뜻인데 비단이란 뜻입니다. 하지만 폐는 비단 그 자체이기보단 돈으로 생각해야 됩니다. 과거에는 돈대신 비단을 거래수단으로 쓰였으니까요. 즉 폐백이란 '돈과 비단'이란 뜻입니다. 그런데 왜 돈과 비단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밤,대추, 육포등을 할까요? 죄우간 페백이란 뜻자체는 돈과 비단이지만 '예물'이란 뜻으로 쓰여진 겁니다. 스승이나 존경하는 윗 어른들께 드리는 선물을 '폐백'이라고 하거든요. 폐백은 새며느리가 처음으로 시부모님께 인사를 드리는 의식인 '현구고례(시부모를 뵙는 예란 뜻의 한자어)'에서 시부모님께 드리는 예물인 것입니다. 그걸 '폐백음식'이라고 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사실상 음식이란 말은 어울리지가 않습니다. 그냥 말 그대로 폐백이라고 하셔야 됩니다.

 

왜냐면 시아버지께 드리는 밤대추 고임도 사실 바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은 못되거든요. 그리고 닭이나 육포도 먹을 있긴 하지만 음식이라고 보기엔 적당치가 않습니다. 그럼 그런 폐백을 드리는 현구고례란 무엇인가? 한 집안의 며느리가 되었다는 것은 큰 의무를 지니게 됩니다. 바로 그 집안에 아들을 많이 낳아서 자손을 번성케 하는 것입니다. 그런 자리에서 대추를 예물로 쓰이고 또 며느리 치마폭에다 대추를 던져 주는 것은 바로 '아들을 많이 낳아라'고 하는 의미입니다. 왜 하필이면 사과나 배 먹음직한 과일도 많은데 대추냐? 대추는 꽃이 피면 반드시 꽃 하나에 한개의 열매를 맺습니다. 그냥 꽃만 피었다가 지는 법이 없지요. 그리고 한 나무에 엄청나게 많은 열매가 맺힙니다. 그리고 익으면 붉은색이 됩니다. 그래서 오래전 부터 대추는 귀한 과일로 대접을 받아서 제삿상에도 꼭 오르며 제일 좋은 자리에 놓습니다.

 

그래서 시아버지가 며느리를 처음 맞는 자리에서 대추를 치마폭에다 던져 주는 것입니다. 즉 아들을 낳을 수 있는 씨앗의 상징인 것입니다. 대추는 시아버지만 던져줄 자격이 있습니다. 밤은? 사실 밤은 그렇게 상스러운 과일은 못됩니다. 그게 언제부터 폐백상에 오른지는 알 수가 없지만 그건 잘못 쓰여진 것이라고 볼 수가 있습니다. 은행은 폐백에 쓰이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좌우간 대추는 던져 주는 것은 아들을 낳아서 대를 이르라는 며느리의 임무를 알려 주는 상징적인 행위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럼 시어머니에게 육포나 닭은? 원래 폐백으로 준비되는 고기는 쇠고기로서 생고기였습니다. 하지만 생고기는 잘 상하게 되어 요즘처럼 교통이 발달하지 못한 옛날엔 가는 도중에 상할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그걸 말려서 육포로 만들면 상할염려가 없는 바 말려서 사용하게 된 겁니다. 그럼 닭은 요즘엔 쇠고기 정도야 정육점에만 가면 얼마든지 살 수가 있지만 옛날엔 소를 잡지 않으면 쇠고기 구경하기가 어렵습니다. 특히 농촌에선 소는 가장 귀한 재산목록 1호였습니다. 그런 소를 잡는다는 건 상상할 수가 없지요. 그래서 쇠고기 대신 궝을 잡아서 꿩을 대신하다가 꿩을 잡기가 힘들게 되자 구하기 쉬운 닭으로 대신한 겁니다. 결국 소대신 꿩, 꿩대신 닭으로 되거지요. 그런데 두가지중 한가지만 하면 되는데 요즘엔 많이 하면 좋은 줄로 알고 또 폐백업체에서 기왕이면 많이 팔아야 하니까 닭도 하고 육표도 하고 그기에다 구절판에다 떡까지 이런 식으로 발전하다간 앞으로 폐백상이 큰 상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시어머니에게 고기를 예물로 주는 이유는 시아버지은 양(+)이니까 대추 즉 양색인 열매를 주지만 시어머니는 여자이니까 음(-)에 해당되는 고기를 예물로 드리는 겁니다. 시어머니는 대추나 밤을 던져선 안되며, 단지 육포나 닭을 쓰다덤으며 며느리를 허물을 감싸 주겠다는 걸 표현하지만 시어머니가 며느리의 허물을 감싸준다는 말을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좌우간 폐백을 드리는 '현구고례'의식은 윗분이 말씀하셨듯이 자손번영, 수명장수, 부귀다남은 아니고 '단지 아들을 낳아서 이 집안의 대를 이으라'는 뜻으로 대추를 던지며, 밤은 그런 뜻은 아니며 시부모를 무섭게 여겨라 즉 시부모를 잘 모시라는 뜻입니다.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면 또 윗글만큼 더 적어야 되니깐 생략하겠습니다.

 

결론적으로 요즘의 폐백 즉 현구고례는 그 의미도 잘 모르고 또 시대에 맞지도 않는 특히 신부 입장에서 볼 땐 무지 자존심이 상하는 그런 자리입니다. 그런 걸 또 좋은 일이라고 친정부모님께서 절을 해야 겠다고 하시는 신부들이 계신데, 그건 더욱 안될 말입니다. 그건 알고 보면 친정 부모를 위하는 것이 아니고 욕되게 하는 행동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젠 현구고례니 폐백은 없애야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