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지식/전통결혼풍습

결혼날짜(택일)는 여자쪽에서 잡아야 되는 이유

홀기 2007. 8. 25. 15:07

결혼날짜를 잡는데 있어서 많은 분들께서 답변을 해 주셨습니다만 대체로 여자쪽에서 잡는다고는 생각을 하지만 왜 여자쪽에서 잡는지에 대해선 확실하게 말씀을 하신 분이 안계시는 것 같습니다. 물론 신부의 생리일을 피해야 된다는 점도 한가지 이유가 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신부쪽에서 택일을 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오랜 결혼관습에서 내려온 것입니다.

 

요즘도 결혼식 자체는 서양식으로 치루는 분들이 대부분이지만 결혼하기까지 과정에선 아직도 옛날의 우리네 결혼관습을 그대로 따르는 부분이 상당히 많습니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 어느나라에서든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의식은 바로 결혼과 장례식을 들 수가 있습니다. 어떤 나라든 결혼식과 장례식을 하는 걸 보면 그 나라의 독특한 관습과 문화가 배여 있기 마련입니다. 우리나라의 결혼식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옛날 우리네 혼례절차는 몇가지 과정을 거치게 되어 있습니다. 원래는 모두 6가지 단계 즉 6례를 치뤘습니다. 그래서 정식으로 결혼한 걸 '육례를 갖췄다'고 합니다. 즉 육례를 갖췄다는 것은 바로 제대로 혼례절차를 거쳐서 결혼을 했다는 뜻이 됩니다. 하지만 그 후에는 두가지 단계를 없애고 4례를 하도록 간소화가 되었는데 그 과정을 보면 '의혼', '납채', '납폐', '친영' 이렇게 4가지 절차를 거치게 됩니다.

 

첫번째인 의혼이란 요즘으로 치면 바로 프로포즈입니다. 즉 청혼입니다. 요즘은 남자가 여자에게 직접 청혼을 하는 경우도 많지만 경우에 따라선 여자가 남자에게 청혼을 하는 경우도 간혹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중매를 통하여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옛날에는 반드시 중간에 중매장이 내세워서 신랑쪽에서 신부집에 청혼을 하게 되어 있습니다.

 

두번째인 납채는 신랑의 사주(생년월일시)를 신부쪽에 보내는 절차입니다. 그렇게 신랑쪽으로부터 신랑의 사주를 받으면 그걸로 여자쪽에서 혼례식날짜 즉 택일을 하게 됩니다. 택일을 하여 신랑쪽에 보내는 걸 '연길'이라고 합니다.

 

세번째인 납폐는 신부쪽에서 택일을 하여 연길장을 보내오면 신랑쪽에서 '귀댁의 딸을 우리 아들의 배필로 줘서 고맙다'는 뜻이 담긴 혼서를 보내는데, 혼서와 함께 신부의 옷감이며 몇 가지 패물을 함께 보내는데 그런 걸 모두 합하여 '혼물'이라고 합니다. 그 혼물을 넣은 상자가 바로 '함'입니다. 오늘날 함을 보낸다는 게 바로 납폐과정인 것입니다.

 

네번째인 친영은 결혼식을 올리는 걸 말합니다. 요즘은 대부분 예식장이나 교회, 상당등 제3의 장소에서 결혼식을 올리지만 옛날에는 신부의 집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또 신부집에서 마련된 신방에서 첫날밤을 치뤘습니다.

 

위와 같이 4례의 절차를 보면 모두 신부쪽에선 움직이지 않고 신랑쪽에서 움직인다는 걸 알 수가 있습니다. 그렇게 4례를 모두 거치고 나서 비로소 신부를 신랑집으로 데려와서 시부모에게 첫인사를 드리는 '현구고례' 즉 폐백을 준비하여 신부가 시부모에게 절을 올리는 걸 합니다. 위와같이 우리네 옛 혼례관습을 보면 오늘날 폐백 전까지 과정은 모두 신부쪽에서 주도권을 갖고 있는 걸 알 수가 있습니다.

 

따라서 결혼날짜를 정한다든지 결혼장소를 정하는 것 즉 결혼식이 끝나기 까지의 모든 날짜나 장소선택권은 신부쪽에 있다고 보는게 타당합니다. 이는 음양오행설에서 여자는 음(-)이며 정적인데 비해, 남자는 양(+)이며 동적이라서 여자쪽에선 가만 있고 남짜쪽에서 여자쪽을 찾아 가야만이 음양의 법칙에 맞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심수봉의 노래중에서 '여자는 항구 남자는 배'라는 가사가 있죠. 그리고 '여자는 꽃에 비유하고 남자는 꽃을 찾는 나비에 비유'를 하곤 합니다. 그런 걸로 볼 때 남자쪽에서 결혼날짜를 잡고 예식장을 정한 뒤에 여자쪽에서 와라고 하는 것은 음양의 법칙에 맞지가 않다고 생각을 하게 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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