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지식/전통결혼풍습

함들이 절차

홀기 2007. 4. 17. 16:56
우선은 함에는 무엇이 들어 가면 어떻게 싸는지에 대해 알아 보도록 합시다.
 
1. 함을 준비 한다.
과거에는 나전칠기로 된 꾸민 상자를 사용하였으며
그걸 받은 신부는 그기에다 여러가지를 넣고 두고두고 요긴하게 잘 사용했었습니다만
요즘은 수납장으로서의 가치는 별로 없기 때문에 그보다 더 소용이 되는
여행용 가방을 대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2. 함의 바닥에 빨간색 한지를 깐다.
함이 상자이든 여행가방이든 바닥에다 빨강색 한지를 깝니다.
 
3. 오방(오곡)주머니를 네 귀퉁이와 가운데 놓는다.
원래의 전통 아니었으나 토속신앙을 신봉하는 일부 지방에서 추가된 것인데,
자손과 가문의 번창을 의미하는 목화씨를 넣은 분홍 주머니는 서북쪽 구석에,
잡귀와 부정을 쫓는다는 의미하는 팥을 넣은 붉은 주머니는 서남쪽 구석에,
부부의 백년해로를 기원하는 의미인 찹쌀을 넣은 파란 주머니 동북쪽 구석에,
길한 장래를 기원하는 의미인 향나무 조각을 넣은 연두색 주머니는 동남쪽 구석에
그리고 며느리의 부드러운 성품을 기원하는 의미인
노란콩을 넣은 노랑 주머니는 한 가운데에다 놓습니다.
위에서 방향은 두껑을 열었을 때 맞은 편이 북쪽, 오른쪽이 동쪽, 왼쪽은 서쪽,
함을 연 사람의 바로 앞쪽은 남쪽으로 임의로 잡은 방향이며,
모든 곡식은 길한 숫자인 홀수로 넣습니다.
 
4. 패물이나 장신구, 화장품을 놓는다.
옛날에는 가락지(금가락지, 옥가락지, 은바가락지 등)나 비녀, 노리개 등
장신구를 넣거나 거울도 거울도 넣기도 했습니다.
요즘은 좌우간 옷외에 신부에게 줄 핸드백이나 화장품 등 모든 것을 넣어면 됩니다. 
 
5. 채단을 한지로 싸고 동심결로 곱게 묶은 채단을 차곡차곡 놓는다.
옛날에는 청색비단과 홍색비단 2가지는 필수로 하였으며
여유가 있는 집안에선 다른 옷감을 더 넣기도 합니다만 허례허식을
피하기 위하여 총 10벌이상은 넣지 못하도록 나라에서 금했답니다.
요즘은 비닷옷감을 보내선 별로 쓰인데가 없으니까 신부의 한복을
채단싸듯이 곱게 싸서 넣으면 됩니다.
  
6. 채단 위에는 혼서지를 놓는다
사실상 함을 보내는 주 목적은 바로 '혼서지'라고 하는 편지를 보내기 위함인데,
그걸 보내면서 위에서 언급한 물품들을 함께 넣어서 보냈던 것입니다.
혼서지란건 '당신 딸을 우리 며느리로 줘서 고맙다'는 내용으로
혼주인 신랑의 아버지가 직접 적은 혼서지는 신부 입장에서 볼 땐 시댁 가문의
정식 며느리로 맞는 임명장과 같은 것이 바 당사자인 신부는 아주 귀하게 여겨서
시집으로 들어 갈 때도 갖고 가서 평생동안 장농안에 고이고이 간직하다가
나중에 자신이 죽을 때 관속에 넣어갈 정도로 신부에겐 귀중한 것이었습니다.
 
혼서지는 두꺼운 한지에 붓으로 정중히 내려 쓰며,
봉투는 아래와 위를 봉하지 않고 상.중.하의 위치에 '謹封'이라는 봉함지를 끼운 후
안팎이 검은색이나 안을 홍색으로 대어 세 겹인 겹보로 싸는데,
보에는 붉은 봉술이 네 귀에 달려 있어야 합니다.
혼서지는 위와 같이 싸서 함 맨 위에 얹기도 하지만 별도로 혼서지 함을 만들어
함 위에다 얹어서 함까 싸기도 했었습니다.
 
7. 함을 청홍겹보로 싼다. 
6번까지 내용물을 다 넣었으면 함 두껑을 닿아서
한쪽은 청색, 다른 쪽은 홍(적)색으로 된 청홍겹보를 홍색은 바닥에
청색이 위로 보이도록 깔고, 그 위에다 함을 얹어 보자기를 쌉니다.
즉 붉은 색이 겉으로 보이게끔 싸되 보자기는 꼭 매지 말고 한끝을 당기면
쉽게 풀릴 수 있도록 사면 됩니다.
 
8. 무명천으로 맬방을 만든다.
맬방은 걸방이라고 하는데, 일명 소창이라고도 하는 얇고 부드러운
기저귀감처럼 생긴 무명천 8자(약2.4미터)길이로 잘라서 5자로 맬수 있도록
맬방을 만들고 3자는 땅에 끌리도록 늘어 띄웁니다.
매듭을 지울 땐 무조건 묶지 않고 한번만 잡아 당기면 매듭이 스르르 풀리도록 해야 되는데
이는 신혼부부의 앞날이 매듭이 풀리듯이 술술 풀리기를 바라는 의미입니다.
 
위에서 기저귀 같은 천이라고 하였습니다만
실제로 함 맬방으로 쓰인 무명천은 나중에 신부가 아이를 낳으면
아기 기저귀로 사용했었습니다.
 
다음은 신부쪽에서 함을 받는 절차입니다.
 
1. 봉채떡을 주문한다.
함받을 때 신부쪽에서 준비할 건 우선 봉채떡 한시루 주문해서
함들어 오는 날 틀림없이 배달해 주도록 주문해 놓습니다.
요즘은 봉채떡(봉치떡이라고도 함)을 아예 조그만 시루째 배달해 주는 곳이 있더군요.
문제는 가끔 웨프게시판에도 올라 오지만 기껏 봉채떡을 주문을 했는데도
막상 함들어 오는 날 제 시간에 배달이 안되거나
아예 깜빡잊고 준비도 안해 놓는 경우가 있으니 조금 귀찮드라도
함들어오는 날 아침에 한번쯤 더 확인을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2. 함받을 준비를 한다.
일단 함을 받는 장소는 거실로 하는 것이 좋습니다.
집안에 혹시 병풍이 있으면 꺼내서 거실 한쪽 벽쪽으로 펼쳐 놓는데,
병풍이란 것은 보시면 양면으로 되어 있습니다.
평소 제사지낼 때는 한문글씨를 적은 쪽이 보이도록 펴 놓게 되지만,
함을 받은 것은 제사를 지내는 것이 아닌 바 그림이 그려진
반대쪽이 보이게끔 펴 놓아야 됩니다.(병풍이 없으면 안펴도 됨)
그리고 그 앞에다 화문석 돗자리나 대나무 자리 같은 거 있으면 깔고
(야외 놀러 나갈 때 쓰는 은박지 깔판은 안됨)
자리위에다 상(교자상 같은 것)을 하나를 펴 놓고,(상이 없으면 거실에 있는 탁자도 상관없슴)
상위에다 붉?보자기를 한장 깝니다.(붉은 보자기가 없으면 식탁보 깔아도 됨)
그위에다 떡시루를 올려 놓고 기다리는 겁니다.
 
3. 신부는 곱게 차려 입고 자기방에서 기다린다.
신부는 함을 받는 동안엔 그 자리에 참석하는게 아닙니다.
한복이 있으면 입으면 좋지만 신부가 입는 녹의홍상은 안됩니다.
원래 함받을 때 신부(아직 신부가 아니지만)복장은 노랑저고리에 다홍치마입니다.
한복이 없으면 그냥 양장차림을 해도 상관없습니다.
궁금하드라도 꾹참고 자기방에 얌전히 앉아서 기다려야 됩니다.
 
4. 노잣돈을 준비한다.
함을 신랑이 갖고 오지 않고 신랑이 친구들을 동원하여
함진아비가 지고 올 땐 노잣돈(함값이라고 하는데 함값이 아님)을
준비하는데, 봉투를 여러개 준비하여 현금(좀 많아 보이도록^ ^)으로 넣습니다.
하지만 신랑이 직접 함을 갖고 온다고 할 땐 노잣돈 준비하지 않아도 됩니다.
왜냐? 원래 함이란 신랑집 하인이 갖고 오는데 요즘은 하인이 없으니까
신랑친구들의 하인노릇을 대신하지만, 신랑은 하인이 아니며
노잣돈을 준다는 건 신랑을 하인취급하는 것이니까 주면 안됩니다.
그래도 굳이 주겠다면 한 3백만원쯤 봉투에 담아 뒀다가
신랑이 돌아갈 때 주면 됩니다.
'흐미 3백씩이나?' 이렇게 아깝게 생각하시는 분은 아예 주지 마세요.
 
5. 함을 받는다.
좌우간 함이 거실안까지 들어 오게 되면,
함진아비든 신랑이든 함을 건네주면 신부 아버지가 그걸 두손으로 받아서
떡시루 위에다 올려 놓고는 만약에 함진아비가 갖고 왔을 땐
함진아비와 신부아버지가 서로 맞절을 합니다.
만약에 신랑이 갖고 왔을 땐 맞절을 하지 않습니다.
왜냐? 장인과 사위가 맞절을 할 수 있는 관계가 아니니까요.
그땐 그냥 신랑에게 갖고 오느라고 수고했다고 칭찬 한마디 해주면 됩니다.
함을 떡시루위에서 내려서 펼쳐 보면 되는데,
혹시 혼서가 들었다면 먼저 혼서부터 꺼내서 그냥 보는 체만 합니다.
한문으로 적혀 있다면 읽어 봐도 뭔소린지 잘 모르니깐...
그런 다음에 신부어머니가 신부의 밥그릇 두껑으로(두껑이 없으면 접시로)
떡시루 한가운데 밤대추를 놓은 부분을 푹 떠서 신부방으로 갖고 가서 신부에게 먹으라고 줍니다.

그런 다음에 함안에 든 걸 꺼내 보면 됩니다.
이땐 신부도 얼렁 뛰어 나와서 같이 봐도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