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지식/전통결혼풍습

결혼날짜 받아서(택일) 신랑쪽에 알려주는 방법

홀기 2007. 5. 27. 16:42

요즘엔 상대방에게 뭘 알려 주기 위해선 핸드폰이나 집전화, 인터넷,

심지어 문자메시지나 메신저 등 여러가지 방법이 있지만

옛날에는 그런 것들은 용어조차 없었으며 편지를 보낼 수 있는 우체국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뭔가 상대방에게 알려 줄 때는 종이에다 적어서

사람를 시켜서 전달해 주는 방법밖에 없었습니다.

 

양가에서 서로 혼인을 하기로 하면

먼저 신랑쪽에서 신랑의 생년월일시를 적은 사주(사성이라고도 함)를 신부쪽에 보내는데,

신부쪽에선 그걸 가지고 결혼날짜를 받습니다.

그렇게 결혼날짜를 받으면 즉 택일 한 후에는 그걸 신랑쪽에다 알려 줬는데,

'연길(涓吉)'이라고 하는 종이에다 결혼날짜를 적은 것과

'연길송서((涓吉送書)'라고 하는 따로 적은 편지를 함께 보냈습니다.

 

연길이나 연길송서는 형식은 거의 같았는데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예를 들어 잡은 결혼날짜와 시간이 '2007년 9월 15일 낮 1시'인 경우

[연길]

-----------------------------------------------------------------

 

奠雁丁亥年己酉月壬子日未時

 

金海后人 金甲乭 再拜

-----------------------------------------------------------------

위에서 '奠雁'은 '기러기를 전한다'는 뜻인데, 곧 결혼식을 뜻하는 말입니다.

뜻을 해석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결혼일시는 2007년 9월 15일(토요일) 오후 1시로 하겠습니다.

김해김씨 후손 김갑돌이 두번 절을 합니다.'

 

그리고 위 연길과 함께 아래와 같은 연길송서를 보냈습니다.

 

--------------------------------------------------------------------

伏承華翰 感荷無量 謹未審玆時
尊體候萬重 仰慰區區之至 弟女兒親事
旣承柱單 寒門慶事 涓吉錄呈 章製回示  如何
餘不備伏惟 尊照謹拜 上狀

 

丁亥年 乙巳月 辛酉日

 

金海后人 金甲乭 再拜

-------------------------------------------------------------------

 

뜻은 '보내신 편지를 받자오니 감사한 마음 한량이 없습니다.

근간에 존체만안 하십니까 저의 여아 혼사는 이미 사성단자를 받자오니 저의 가문에 경사이옵니다.

결혼일자를 가려서 삼가 보내오니  신랑의 의복치수를 알려 주심이 어떠하오리까

예를 다 갖추지 못하옵고 이만 줄이 옵니다

 

2007년 5월 27일

 

김해김씨 후손 김갑돌 두번 절을 드립니다.

 

--------------------------------------------------------------------

 

그런데 위 내용중 '章製回示'란 말이 있는데,

이는 '의복치수를 알려 달라'는 뜻인데, 누구의 의복이냐 하면 신랑의 옷치수를 말합니다.

신부쪽에서 신랑의 옷치수를 알아서 신랑의 옷을 지어 놨다가

나중에 결혼식을 올리기 위해 신랑이 신부집으로 오면 입혔습니다.

 

좌우간 위와 같은 식으로 결호날짜를 알려 줬습니다만

앞에서도 언급했다시피 과거에는 알려줄 방법이 없어서 이런 식으로

편지로 적어서 알려 줬지만 요즘은 결혼하기 전에도 신부가

신랑집에 들락거리는 것은 예사이고 아마 수시로 전화도 할 겁니다.

그래서 굳이 적어서 보내봐야 알아 보지도 못할 편지를 적어서 보내는 것보단

핸드폰으로 알려 드리든가 아님 문자메시지로 알려도 되고

아주 다양한 통신 수단이 있으니 굳이 위와 같이 적어서 보낼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우리 말에 '가만 있으면 50점은 될텐데 괜히 나서서 빵점'이란 말이 있습니다.

위와 같이 연길장을 보내 놓고 나서 나중에 시부모님이 며느리를 오라고 하여

'니네 집에서 이런 걸 보내 왔는데, 도대체가 뭔 뜻인지 못알아 보겠다

니가 좀 해석을 해봐라'고 하면

해석은 고사하고 읽어 내지도 못하는데 보통 난감하지 않겠죠.

따라서 나중에 책임 못질 짓은 아예 안하는게 상책이다 이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