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지식/결혼상식

우기, 건기 잘 피해서 신혼여행 다녀오는 방법

홀기 2007. 4. 17. 16:51
우리나라처럼 좁은 땅덩어리에서도 지역에 따라서 기후가 차이가 납니다.
하지만 워낙 쬐끄만 땅덩어리다 보니 대체로 전국이 비슷한 기후이기 때문에
요런 좁은 땅덩이라안에서만 살아온 우리나라사람들은
다른 나라에서도 같은 나라면 기후도 같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생각하면 큰 오산이 됩니다.
 
일단 동남아지역은 위도상 적도에 가까운 지역이기 때문에
일년내내 더운날씨인 열대지방인 것은 틀림이 없습니다.
일년내내 더운 여름날씨이기 때문에 계절은 일년내내 여름이라고 보면 됩니다.
하지만 같은 여름철이라도 우리나라에서도 장마철처럼 비가 많이 올 때가 있듯이
열대지방인 동남아에서 계절을 비가 많이 오는 우기와
적게 오는 건기로 구분을 하게 되는데, 비가 많이 오는 우기철이라고 해서
우리나라의 장마철 때처럼 며칠씩 계속 비가 줄줄 내리는 건 아닙니다.
물론 열대성 저기압이 몰려 오거나 할 때는 그런 때도 있긴 하지만
동남아 지역에선 대부분 비오는 스타일이 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해가 쨍쨍하던 날씨이다가 갑자기 저쪽 하늘에서 시커먼 먹구름이 몰려 오면서
억수같이 소나기를 쏟아 붓다가 이내 비가 그치고 다시
하늘이 쨍하게 개이게 되는게 일반적인 동남아 지역에서의 비오는 스타일입니다.
그래서 우기철이라고 해서 항상 우산을 갖고 다닐 필요도 없으며
여행을 다니다가 갑자기 비가 내리면 잠시 부근에 있는
건물에 들어가서 비를 피하고 계시면 이내 비가 멎게 되니까 다시 여행을 하면 됩니다.
건기철이라고 해서 단어 그대로 비 한방울 안오는 매마른 날씨가
계속 되는 것은 아니며 단지 비가 오는 횟수가 적은 것 뿐입니다.
우기철은 비가 오는 횟수가 많은 때이고...
 
그럼 어째서 비가 많이 오는 때(우기)와 적게 오는 때(건기)가 있느냐?
그게 알고 보니까 몬순(monsoon) 즉 계절풍 때문이라는데,
우리나라의 여름철에는 바다쪽에서 대륙쪽으로 바람이 불고,
겨울철에는 반대로 대륙쪽에서 바다쪽으로 바람의 방향이 바뀌는 걸 말합니다.
동남아지역 지도를 펼쳐 놓고 보면 북쪽 부분은 누렇게 칠해진 대륙이고
남쪽부분은 파랗게 칠해진 바다란 걸 알 수가 있습니다.
대륙쪽에서 바닷쪽으로 바람이 불면 북쪽에서 남쪽으로 바람이 불어야 하는데
지구가 돌기 땜에 그 영향으로 삐딱하게 바람이 불게 되는 겁니다.
즉 겨울철엔 북동쪽에서 남서쪽으로 바람이 불고
반대로 여름철엔 남서쪽에서 북동쪽으로 바람이 부는 겁니다.
이렇게 일년에 크게 두 방향으로 바람의 방향이 바뀐다는 것도 사실은
동남아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알아낸 것은 아니고(물론 별생각없이 알긴 했겠지만)
돛이 달린 배를 타고 여기저기 장사를 다니던 아라비아 상인들이 배를 몰고
다니다 보니까 바람의 방향이 한번씩 바뀐다는 걸 눈치를 챈 겁니다.
그래서 계절풍이란 영어말인 몬순(monsoon)이란 말도
아라비아어에서 나온 말이라고 하는군요.
 
좌우간 1년중 반은 바람의 방향이 바뀌게 되는데...
바람이 바다를 지나는 동안에 습기를 잔뜩 흡수하기 때문에
육지에 도달하면 그게 비가 되어 뿌리는 겁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여름철에는 바닷쪽인 남쪽으로부터
바람이 불어 오기 땜에 습기가 많아서 비가 많이 내리게 되지만
겨울철에는 북쪽의 대륙으로부터 바람이 불어 오기 땜에 습기가 별로 없는
무지 찬 바람이 불어오니깐 겨울철엔 무지 추운 겁니다.
그러데 동남아쪽에는 지도를 보면 아시겠지만 온통 주변이 바다입니다.
예를 들어 말레이반도나 인도네시아쪽의 경우는
겨울철엔 중국쪽 대륙으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이
중국남쪽에 있는 남중국해를 지나면서 습기를 잔뜩 먹고는 말레이반도 동해안이나
보르네오섬 동북쪽 해안에 상륙을 하면서 디립다 비를 쏟아 붙습니다.
그래서 말레이반도 동쪽해안지방엔 우리나라의 겨울철인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는 비가 무지 많이 옵니다.
그래서 그때는 그쪽 동네에 있는 관광지들은 어차피 찾아올 사람도 없으니까
우리나라에서 여름이 지나면 해수욕장들이 철시를 하듯이
아예 철시를 해버리고 섬같은덴 배도 끊겨 들어갈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같은 말레이반도이지만 서쪽엔 북동쪽으로 부터 불어 오는 바람이
미리 동쪽지방에서 비를 다 쏟아 버렸기 때문에 비가 안옵니다.
즉 같은 말레이시아(태국남부포함)이지만 겨울철엔
동해안쪽은 비가 무지 많이 오지만 서해안쪽은 오히려 날씨가 좋아서
여행하기에 좋은 계절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우리나라로 비교하면 강원도쪽엔 비가 많이 오지만
서울, 경기도쪽엔 쨍한 날씨라서 놀기 좋은 때라고 보시면 됩니다.
 
반대로 여름철엔 서해안에 비가 많이 오고 동해안은 날씨가 좋은 것 아니냐?
요렇게 간단하게 생각하실 분들이 계시겠지만...
여름철엔 남서쪽 즉 인도양쪽에서 바람이 불어오게 되는데 당연히
인도양에서 습기를 잔뜩 흡수한 바람이기 때문에 비를 몰고 오긴 합니다만
말레이반도 주변 지도를 자세히 보시면 남서쪽으로 지난번에 지진이 났다던
수마트라섬이 가로 막고 있습니다.
그래서 인도양쪽에서 비를 잔뜩 머금고 올라온 바람이 수마트라섬에 도달하여
그기다가 비를 다 쏟아 버리기 땜에 정작 말레이 반도에 도착할 때쯤은
더 쏟아 부을 비가 없게 되는 겁니다.
그래서 말레이반도 남쪽 서해안쪽엔 여름철에도 비가 별로 안옵니다.
말레이시아 서쪽에 위치한 쿠알라룸푸르의 경우엔
우리나라의 여름철인 6~8월중에 비가 엄청많이 오는 우기라야만 정상인데
어찌된 셈인지 오히려 그때가 일년중 비가 가장 적게 오는 때입니다.
그게 바로 남서쪽 인도양으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이 수마트라섬에다
비를 몽땅 쏟아 붇고 난 후에 말레이시아에 상륙을 하기 때문입니다.
 
그담에 한국인들이 잘 가는 필리핀쪽을 볼 것 같으면
필리핀은 사방이 바다로 둘려 쌓여 있는 지역입니다.
그러니까 어느쪽에서 바람이 불어 오든 바다를 거쳐 오기 땜에
비를 많이 머금고 불어 오기 마련입니다.
그럼 필리핀엔 일년내내 비가 내리겠네?
위에서 설명한 걸 자세히 보신 분들이라면 눈치를 챘을 테지만...
비를 머금은 바람이 육지에 상륙하게 되면 온도가 떨어지기 땜에
습기가 뭉쳐서 비가 되어 쏟아 버리는 겁니다.
그러니까 바람이 불어오는 해안가쪽에다 비를 쏟아 버리기 땜에
반대쪽 해안가에 이르면 비를 다 쏟아버렸으니까
즉 엥꼬가 난겁니다. 그래서 비가 안 오게 됩니다.
 
요즘 필리핀 서쪽에 위치한 팔라완섬에 있는 엘니도 또는 이사벨지역으로
신혼여행을 가시는 분들이 많으신데, 엘니도나 이사벨을
지도상에서 찾아보면 모두 필리핀서쪽에 남북으로 길게 생긴
팔라완섬에 있는 유명한 리조트 지역인 것은 같습니다.
하지만 엘니도는 팔라완섬 서쪽에 위치하고 이사벨은 반대쪽인
동쪽에 위치하기 땜에 위해서 한참 설명을 드린 바와 같이
비가 많이 오는 계절이 다르게 나타납니다.
요즘 겨울철엔 루손섬 서쪽에 위치한 마닐라지역은 비가 거의 오지 않으며
기온도 그렇게 덥지 않은 여행하기에 좋은 때이지만
이사벨지역은 비가 좀 많이 오는 때입니다.
반대쪽인 엘니도지역은 비가 안오는 때이니까
요즘 엘니도 또는 이사벨쪽으로 가실 분들은 기왕이면
엘니도쪽으로 가시는 것이 비맞을 확율이 그만큼 적다 이겁니다.
 
쉽게 설명을 드린다고 했습니다만 잘 이해가 안 가신다면...
일단 자신이 가게 될 지역의 지도를 구해서 보시고
그동네가 땅덩어리(또는 좀 큰 섬)의 서쪽에 있으면 여름철에 비가 많이 오고
반대쪽인 동쪽에 위치해 있다면 겨울철에 비가 많이 온다고 이해하면 됩니다.
대신 위쪽에서 말레이반도를 설명 드리면서 서쪽에 위치하는 지역이지만
앞쪽에 큰 섬이 있다면 여름철이라도 앞쪽에 있는 섬에 미리 비를
다 뿌려 버리기 땜에 비가 별로 오지 않는다고 이해를 하시면 됩니다.
동남아지역은 지도에서 보시다시피 양사방이 바다라서 습도가 높습니다.
똑똑한 신부라면 제가 올린 글 열심히 공부해서
기껏 고르고 골라서 갔는데, 여행기간내내 비만 피하다가 오는
억울한 일은 없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