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지식/전통결혼풍습

함 포장 하는 법

홀기 2007. 4. 17. 16:49
우선은 함에는 무엇이 들어 가면 어떻게 싸는지에 대해 알아 보도록 합시다.
 
1. 함을 준비 한다.
과거에는 나전칠기로 된 꾸민 상자를 사용하였으며
그걸 받은 신부는 그기에다 여러가지를 넣고 두고두고 요긴하게 잘 사용했었습니다만
요즘은 수납장으로서의 가치는 별로 없기 때문에 그보다 더 소용이 되는
여행용 가방을 대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2. 함의 바닥에 빨간색 한지를 깝니다.
함이 상자이든 여행가방이든 바닥에다 빨강색 한지를 깝니다.
 
3. 오방(오곡)주머니를 네 귀퉁이와 가운데 놓습니다.
원래의 전통 아니었으나 토속신앙을 신봉하는 일부 지방에서 추가된 것인데,
자손과 가문의 번창을 의미하는 목화씨를 넣은 분홍 주머니는 서북쪽 구석에,
잡귀와 부정을 쫓는다는 의미하는 팥을 넣은 붉은 주머니는 서남쪽 구석에,
부부의 백년해로를 기원하는 의미인 찹쌀을 넣은 파란 주머니 동북쪽 구석에,
길한 장래를 기원하는 의미인 향나무 조각을 넣은 연두색 주머니는 동남쪽 구석에
그리고 며느리의 부드러운 성품을 기원하는 의미인
노란콩을 넣은 노랑 주머니는 한 가운데에다 놓습니다.
위에서 방향은 두껑을 열었을 때 맞은 편이 북쪽, 오른쪽이 동쪽, 왼쪽은 서쪽,
함을 연 사람의 바로 앞쪽은 남쪽으로 임의로 잡은 방향이며,
모든 곡식은 길한 숫자인 홀수로 넣습니다. 

4. 패물이나 장신구, 화장품을 놓습니다.
옛날에는 가락지(금가락지, 옥가락지, 은바가락지 등)나 비녀, 노리개 등
장신구를 넣거나 거울도 거울도 넣기도 했습니다.
요즘은 좌우간 옷외에 신부에게 줄 핸드백이나 화장품 등 모든 것을 넣어면 됩니다.  
 
5. 채단을 한지로 싸고 동심결로 곱게 묶은 채단을 차곡차곡 놓습니다.
옛날에는 청색비단과 홍색비단 2가지는 필수로 하였으며
여유가 있는 집안에선 다른 옷감을 더 넣기도 합니다만 허례허식을
피하기 위하여 총 10벌이상은 넣지 못하도록 나라에서 금했답니다.
요즘은 비닷옷감을 보내선 별로 쓰인데가 없으니까 신부의 한복을
채단싸듯이 곱게 싸서 넣으면 됩니다.
   
6. 채단 위에는 혼서지를 놓습니다. 
사실상 함을 보내는 주 목적은 바로 '혼서지'라고 하는 편지를 보내기 위함인데,
그걸 보내면서 위에서 언급한 물품들을 함께 넣어서 보냈던 것입니다.
혼서지란건 '당신 딸을 우리 며느리로 줘서 고맙다'는 내용으로
혼주인 신랑의 아버지가 직접 적은 혼서지는 신부 입장에서 볼 땐 시댁 가문의
정식 며느리로 맞는 임명장과 같은 것이 바 당사자인 신부는 아주 귀하게 여겨서
시집으로 들어 갈 때도 갖고 가서 평생동안 장농안에 고이고이 간직하다가
나중에 자신이 죽을 때 관속에 넣어갈 정도로 신부에겐 귀중한 것이었습니다.
 
혼서지는 두꺼운 한지에 붓으로 정중히 내려 쓰며,
봉투는 아래와 위를 봉하지 않고 상.중.하의 위치에 '謹封'이라는 봉함지를 끼운 후
안팎이 검은색이나 안을 홍색으로 대어 세 겹인 겹보로 싸는데,
보에는 붉은 봉술이 네 귀에 달려 있어야 합니다. 
혼서지는 위와 같이 싸서 함 맨 위에 얹기도 하지만 별도로 혼서지 함을 만들어
함 위에다 얹어서 함까 싸기도 했었습니다.

7. 함을 청홍겹보로 쌉니다.  
6번까지 내용물을 다 넣었으면 함 두껑을 닿아서
한쪽은 청색, 다른 쪽은 홍(적)색으로 된 청홍겹보를 홍색은 바닥에
청색이 위로 보이도록 깔고, 그 위에다 함을 얹어 보자기를 쌉니다.
즉 붉은 색이 겉으로 보이게끔 싸되 보자기는 꼭 매지 말고 한끝을 당기면
쉽게 풀릴 수 있도록 사면 됩니다.
 
8. 무명천으로 맬방을 만듭니다.
맬방은 걸방이라고 하는데, 일명 소창이라고도 하는 얇고 부드러운
기저귀감처럼 생긴 무명천 8자(약2.4미터)길이로 잘라서 5자로 맬수 있도록
맬방을 만들고 3자는 땅에 끌리도록 늘어 띄웁니다.
매듭을 지울 땐 무조건 묶지 않고 한번만 잡아 당기면 매듭이 스르르 풀리도록 해야 되는데
이는 신혼부부의 앞날이 매듭이 풀리듯이 술술 풀리기를 바라는 의미입니다.
 
위에서 기저귀 같은 천이라고 하였습니다만
실제로 함 맬방으로 쓰인 무명천은 나중에 신부가 아이를 낳으면
아기 기저귀로 사용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