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지식/전통결혼풍습

큰상과 이바지는 어떻게 다른가?

홀기 2007. 4. 17. 16:49
요즘은 큰상이란 건 거의 대부분의 지방에서 없어진 풍습입니다만
과거엔 '큰상'이란 음식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큰상'은 이바지처럼 신부쪽에서 신랑쪽으로 일방적으로 보내는 음식은 아니었습니다.
큰상에 대해서 이전에도 몇 번 설명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만 다시 설명을 드린다면
옛날 전통혼례 때는 결혼식을 신부의 집에서 올렸습니다.
신랑이 신부집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나면 신부집에서 새사위에게
큰상을 차려 줍니다. 큰상이란 것은 음식높이를 30센티이상 높게 쌓는 것을 말합니다.
그렇게 신랑이 큰상을 받으면 그냥 먹는 시늉만하고 그 음식은
고스란히 신랑의 집으로 보내지는데, 신부집에서 신랑의 집이 멀 때는
상자에 담아서 보냈습니다만 가까운 경우에는 상째로 들고 가게 됩니다.
크다란 상 밑에다 긴 장대 두개를 받혀서 마치 가마처럼 들고 가게 됩니다.
그래서 그렇게 들고 다니는 상을 '가마상'이란 뜻으로 '교자상'이라고 합니다.
요즘 왠만한 집마다 손님이 많이 올 때 펼쳐 내는 교자상이 하나쯤은 있잖아요?
바로 그게 음식을 차려 가마처럼 들고 갈 수 있는 상이라서 그렇게 부르는 겁니다.
 
'큰상' 위와 같이 신랑집으로 보내지지만
반대로 신부가 결혼식을 마치고 3일째 되는 말 시댁으로 들어 가는데
이를 '신행'이라고 하였습니다.
신부가 신행을 할 때 시부모에게 드릴 예물인 폐백이며, 이바지음식
그리고 예단과 예물을 모두 한꺼번에 갖고 갔었습니다.
그렇게 신부가 시댁에 도착하여 시부모에게 폐백을 올리는 현구고례를 치루고 나면
시부모는 며느리에게 '큰상'을 차려 주게 되는데,
이 큰상 역시 신랑이 신부집에서 받았던 때와 마찬가지로 먹는 시늉만 하고선
고스란히 신부의 친정으로 똑같은 방법으로 보내졌던 것입니다.
 결국은 '큰상'이란 신랑과 신부 양쪽에서 똑같이 주고 받는 음식이었습니다.
좌우간 옛날엔 음식을 푸짐하게 먹을 기회가 별로 없던 때라서
그런 식으로 서로 음식을 주고 받아서 먹었습니다만
요즘은 그런 때가 아니라도 걸핏하면 옛날의 잔치 때보다 더 잘 먹습니다.
그리고 굳이 그렇게 많은 음식을 주고 받아도 사실 먹을 사람도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서로 안주고 안받으면 피차에 편한 바 없어지게 된 풍습입니다.
 
그리고 '큰상'을 조상님께 드리는 음식이라고 하셨습니다만
옛날에는 집안에 사당이 있으며 그곳에 조상들의 신주를 모시는 집이 많았던 바
집안에 중요한 행사가 있을 때마다 사당에 모셔진 조상님들께 인사(제사)를 드렸습니다.
신부집에 사주를 보낼 때도 출발하기 전에 먼저 사당에 고하고,
함을 보낼 때도 역시 사당에 고한 다음에 신부 집으로 보냈을 뿐만 아니라
새며느리를 맞게 되면 당연히 사당에 모셔진 조상님께도 인사를 시켰습니다.
당연히 사당의 조상님께 드리는 음식도 따로 장만을 했습니다만
큰상은 아니었으며 그런 음식은 훨씬 간소하게 준비를 하였습니다.
따라서 큰상은 조상님께 드리기 위한 음식은 아니었습니다.
 
큰상은 위에서 설명 드린 바와 같이 순전히 먹기 위한 음식이었습니다만
이바지는 큰상과는 성격이 좀 다른 음식이었습니다.
이바지 음식은 신부의 집에서 장만해 가는 건 마찬가지이지만 주로 반찬위주였습니다.
그렇게 친정에서 마련해간 이바지로 신행한지 3일째 되는 날
처음으로 새며느리가 부엌에 들어가 시부모님의 진지상을 차려 드리는데
그렇게 며느리가 친정에서 차려온 음식으로 차려진 상을 받아서
음식을 먹어봄으로써 며느리 친정의 음식맛을 통해 며느리의 입맛을 짐작하여
앞으로 새며느리가 시댁의 음식을 장만할 때 시댁식구들의
입맛에 맞도록 하기 위한 일종의 며느리 사전교육용 성격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