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지식/결혼상식

근친음식을 '며느리의 눈물닦이'라고 하는 사연

홀기 2007. 4. 17. 16:39
'폐백/이바지 게시판'에서 어떤 분께서
신부쪽에서 신랑쪽에 이바지 음식을 보내면
신랑쪽에서 신부쪽으로 보내오는 음식은 없는지에 대한
질문 글 아랫쪽에 댓글로 올라온 글중에서
'친구 시어머니는 눈물닦이라고 하시면서 섭섭치 않게' 보냈다고 하시면서
'웬 눈물??'이라고 잘 이해를 못하시는 듯한 표현을 봤습니다.

'눈물닦이'.
저도 처음 듣는 재미(?)난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눈물닦이'라고 해서 말 그대로 눈물을 닦는 손수건은 아닐겁니다.
신부쪽에서 보내온 이바지 음식에 대한 답례로 보내는
음식을 '눈물닦이'라고 표현을 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누구의 눈물닦이인가?
두말 할 필요도 없이 '며느리의 눈물닦이'인 것입니다.
그 '눈물닦이(음식)'을 장만해서 보낸 시어머니께선
왜 그렇게 표현을 해야 하는지를 너무나 잘 아실테지만...
정작 그 분의 며느리는 왜 '눈물닦이'라고 하는지 이해가 안될 겁니다.
그 분의 며느리 뿐만 아니라 요즘 며느리들 대부분이
잘 이해를 할 수 없는 말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우리나라의 들이나 산에 제멋대로 피고지는 야생화중에는
'며느리밥풀', '며느리배꼽', '며느리밑씻개', '며느리주머니' 등
'며느리'란 말이 들어간 꽃 이름이 몇 가지 있습니다.
그런 꽃 이름이 붙게된 사연을 알고 보면 하나같이
우리네 어머니들인 옛날 며느리들의 '눈물'이 배어 있슴을 알 수가 있습니다.
'눈물'도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기쁠 때 흘리는 눈물, 고통에 따른 눈물, 슬퍼서 흘리는 눈물...
우리네 어머니들 즉 옛 며느리들이 흘리는 눈물중엔
위와 같은 때에 흘리는 눈물도 있었겠지만
또 다른 감정 때문에 흘리는 눈물이 훨씬 많았을 겁니다.

어떤 시인이 '며느리주머니'란 야생화를 보고 적은 글이 있습니다.




어찌나 이름처럼 자태도  고운지...
하고많은 이름 중에 며느리주머니라니 왜 그렇게 불렀을까요?
아마도 너무 고와서 며느리 주머니라고 불렀을까요?
생긴 것도 꼭 주머니처럼 생겼으니,
갓 시집 온 이뿐 며느리에게 주고 싶은 주머니?
포슬포슬 고운 며느리, 복덩어리 며느리에게 어울릴 주머니?
어쨌든 이 꽃은 며느리주머니라는 이름이 딱 어울리게 생겼어요.

그런데 주머니를 하나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주렁주렁 매달고 있잖아요
욕심 많은 며느리였을까요?
부잣집 며느리라 담을 것이 너무 많았을까요?
알 수 없네...
며느리는 주머니에 뭘 담아 두었을까요?
먹을 것 감춰두고 부엌에 숨어 몰래 먹는지도 모르지요.
아니면, 금가락지를 감춰뒀을라나?
시어머니 몰래 며느리가 주머니에 감춘 것이 무엇일까요?

아이고머니나...
우짜노, 시어머니!!
글쎄요, 며느리가요...
주머니에다 눈물만 한 주머니 담아두었네요.
친정 어머니 보고싶어 몰래 감춘 눈물 하나,
시어머니 시집살이 서러워서 흘린 눈물 하나...

-----------------------------------------------------------------------

'눈물닦이'란 바로 윗 글중
맨 아랫부분 몇 줄에 해당되는 며느리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한
시어머니의 사랑의 눈물닦이를 뜻합니다.

며느리가 시집올 때 친정 어머니가 정성껏 마련해 준 이바지를 갖고 옵니다.
그 이바지 음식에는 딸을 사랑하는 친정 어머니의 사랑이 가득합니다.
그렇게 시집와서 얼마간 지내다 보면 시집살이도 어렵지만
친정 어머니를 보고 싶은 마음에 밤마다 잠못 이루고,
이불속에서 몰래몰래 혼자서 눈물을 흘립니다.
그렇게 흘리는 눈물은 누구에게도 보여줄 수가 없답니다.
그래서 그럴 때마다 흘린 눈물을 몰래몰래 감춰 두고만 있어야지요.

'아니, 친정엄마가 보고 싶으면 언제든지 가서 보면 되지... 왜 울어 울긴???'
그래서 요즘 며느리들에겐 이해가 안되는 '눈물닦이'인 것입니다.
요즘이야 핸드폰으로 언제든지 전화를 주고 받을 수가 있고,
마음만 먹으면 밤12가 넘어도 후딱 차를 몰고 갈 수가 있는 친정이지만
우리네 어머니들이 시집살이를 하던 때는
아무리 가고 싶어도 마음대로 갈 수가 없었던 친정이었으며,
보고 싶어도 볼 수가 없었던 친정 어머니였습니다.

그래서 그런 며느리의 마음을 아는 시어머니가
며느리의 눈물을 닦아 주고자 음식을 마련하여 친정나들이를 시키는 것입니다.
그게 바로 며느리의 첫 친정나들이인 '근친'이라고 합니다.
신랑측에서 볼 때는 처음 장가들 때 한번 가고 두번째 가는 길이니까
'재행'이라고도 합니다.
그때 시어머니가 마련해 준 음식을 '근친음식'이라고 합니다.
즉 '며느리의 눈물닦이'는 '근친음식'을 말하는 겁니다.
명칭이야 어떻든 시어머니가 마련해 준 '눈물닦이'에는
시어머니의 며느리에 대한 사랑이 가득 담겨 있는 음식입니다.

아마도 요즘 며느리들은 '근친음식?'
그건 돈이 얼마나 들까? 이바지 보낸만큼 많이 들까?
우리도 돈 들여서 이바지 보냈으니깐 저쪽에서도
뭔가 답례로 줘야 하지 않느냐?
이런거 계산하지 않을까 궁금합니다.
그래서 '눈물닦이'를 '답바지'로 엉터리 이름을 붙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요즘 며느리들에겐 '눈물닦이'란 의미 자체도 이해가 안되지만
'근친음식'을 '며느리 눈물닦이'라고 부르는 것도
어울리지 않는게 아닐까 생각을 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