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지식/결혼상식

사위는 백년손님, 며느리는 종신일꾼(?)

홀기 2007. 4. 17. 16:35
우리 속담에 '사위는 백년손님이요, 며느리는 종신식구'란 말이 있습니다.
이를 빗대어 어떤 여성운동가께서 '며느리는 종신일꾼'이라고 하신 걸 봤습니다.
사실 '종신 식구'에서 식구란 점잖게 한 말에 지나지 않으며,
속셈은 '종신일꾼'이 맞는 말인지도 모릅니다.
 
며칠 전에 설날이 지났습니다만 매년 설날이나 추석 등
명절이 다가오면 남자들은 오랫만에 고향에도 가고, 며칠 푹 쉴 수 있는 기회이지만
여자들은 그렇지가 못한 것이 현실입니다.
특히 결혼을 한 여자들 소위 며느리들은 해마다 다가오는 명절만 되면
정신적 또는 육체적인 고통을 겪게 되는데 그런 걸 두고
'명절 증후군' 또는 '주부 증후군'이라고 한다더군요.
옛부터 우리네 며느리들은 식구들을 위하여 억척스럽게 일을 많이 합니다.
며느리가 소속되어 있는 시댁에서 시부모들은 당연히
며느리는 온갖 집안 일을 해야 되는 사람으로 여길 것입니다.
시부모 뿐만 아니라 남편이나 자식들 또한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시부모가 없이 부부와 자식들만 사는 핵가족에서도
남편이나 자식들은 집안에서 식사준비하고 빨래하고 청소하는
일들은 당연히 엄마 또는 아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할 겁니다.
 
딸 두신 부모님들의 생각은 거의 같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우리 집에서 사위를 대접하듯 자신들의 딸도 시댁에서 그만한
대접을 받았으면 하는 바램일 것입니다.
옛부터 사위는 처가집에서 특히 장모로부터 극진한 사랑을 받아 왔습니다.
물론 게중에는 대접은 고사하고 욕만 먹는 사위도 없진 않습니다만
대체로 그렇다고 생각이 됩니다.
'사위에겐 씨암탉도 잡아준다'는 말이 있습니다.
'씨암탉'이란 요즘 통닭집에서 돈만 주면 살 수 있는 그런 닭과는 전혀 다른 것입니다.
같은 닭이긴 마찬가지이지만 '씨암탉'이란 집에서 기르던 닭을 때가 될 때마다
한마리씩 잡아 먹고는 마지막으로 한마리를 남겨서 앞으로 알을 품어
병아리를 까게 하여 다시 닭 숫자를 늘이는데 필요한 그야말로 씨앗입니다.
그런 닭을 잡아 먹어 버리면 그집에선 더 이상 닭을 키울 수가 없게 되는 겁니다.
그만큼 귀한 닭을 잡아 먹일 정도로 극진한 대접을 하는 대상이 바로 사위입니다.
 
그럼 왜 이토록 장모(장인은 절대로 안 그럼)들이
사위를 '백년손님'으로 극진한 대접을 할까요?
절대로 사위가 이뻐서 그러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시집간 딸의 힘든 시집살이에서 시부모의 구박이 있을 때는 바람막이가 되어주고
때로는 위로를 해주는 등 딸이 잘 되기를 바라면서 기댈 곳은
오직 사위밖에 없으니까 딸을 위해서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사위는 처가집에 가게 되면 대접을 잘 받습니다.
처가를 자주 들락거리는 사위라면 늘 그렇지도 않겠지만
그래도 사위가 온다고 하면 하다 못해 반찬 한가지라도 더 놓으려는게
모든 장모들의 심정일 것입니다.
 
반면 시부모는 어떤가?
며느리에게 극진한 대접? 그거 기대하기 보다는
며느리 하는 일에 이런저런 잔소리만 안해도 그야말로 훌륭한 시어머니일 겁니다.
예비 며느리가 예비 시댁에 방문했을 때(이하 예비는 빼겠습니다)
시어머니가 며느리 왔다고 며느리 잘 먹이려고 주방에서
음식 장만하느라고 정신없다면 과연 며느리가 거실에서 tv나 보며
신랑이랑 오손도손 즐길 여유가 있을까요?
제가 여자가 아니라서 잘 모르지만 아마도 오히려 더 불안할 것 같습니다.
음식을 직접 할 줄은 몰라도 주방에 들어가서 하다 못해 시어머니가
하는 일을 거들어 주는 시늉이라도 해야만 마음이 편할 것 같습니다.
 
어떤 여성운동가께서 이 '며느리도 백년손님'으로
대접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을 하시더군요.
그 이유에 대해선 구구절절 옳으신 얘기이긴 합니다만...
그렇게 되기 위해선 '시어머니'들이 생각을 고쳐야 된다고 하시더군요.
그런데 그분의 말씀중에는 '시어머니'와 '며느리'는
전혀 다른 사람으로 느껴지는 듯 하였습니다.
그러니깐 '시어머니'는 처음부터 시어머니감으로 태어 나서 끝까지 시어머니이며
며느리는 끝까지 며느리역할만 해야 되는 사람으로 느낌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며느리가 아들을 출가시켜 며느리를 보면 저절로 시어머니가 되는데...
며느리가 곧 시어머니이고 시어머니가 며느리인 것입니다.
현재 시어머니도 불과 십여년 전까지만 해도 며느리였을 겁니다.
며느릴 본 분들중에는 아직도 시어머니를 모시고 계신 며느리이신 분도 계실테고...
 
그래서 생각한 것이 '며느리도 백년손님' 대접을 받아 본 며느리라야만
이담에 며느릴 보게 되면 '백년손님' 대접을 할 수 있을 것이 아닌가?
그래서 비록 자신은 '종신일꾼' 대접을 받은 며느리 출신 시어머니이지만
자신의 사고의식에 일대 혁명을 일으켜서 자신의 며느리 만큼은
'백년손님'으로 대접하는 시어머니가 나타 나야만 그 다음부턴
'며느리도 백년손님'이 전승될 것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며느리가 시어머니댁을 찾아 오면,
'아이구 우리 며느리 왔는가? 내 아주 맛있는 거 해 줄테니까
자네는 여기 앉아 꼼짝 말고 테레비나 보고 있게 응'
'아이 어머님두 제가 무슨 큰 손님이라도 되나요. 뭐
그냥 있는대로 차려 주셔도 되요.'
시어머니는 주방에서 음식장만 하는라 정신 없고...
며느린 소파에 깊숙히 앉아서 테레비 연속극을 보고 있는...
 
이런 때, 즉 사위가 처갓집에 갔을 때와 같은 역할을
뒤집어서 할 때가 과연 올까요?
 
제가 추측하기에는 그런 때보다는 앞서서 언급했던 바와 같이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관계는 별로 나아지지 않고 계속 될 것 같으며
단지 장모의 사위 대접에 있어서 많은 변화가 생기리라고 생각이 됩니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아마 한세대쯤 후에는
'사위는 백년손님'이 아닌 '사위는 백년웬수'라는 속담도 생길 것이라고 봅니다.
미국에선 벌써 그런 시대에 접어 들었다고 하더군요.
우리나라에선 가족불화중 가장 많은 원인이 '시어머니와 며느리간의 갈등'
즉 '고부갈등'이지만, 미국에선 '장모와 사위간의 갈등'
즉 '옹서갈등'이 가정불화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하더군요
우리나라에도 그런 때가 오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