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지식/전통결혼풍습

'큰상'과 '이바지'의 차이.

홀기 2007. 4. 17. 16:33

'큰상'에 대해선 별 얘기가 없길래 그동안 언급을 안했습니다만
드디어 '큰상' 얘기가 나왔군요.
'큰상'이란 말 그대로 '크게 차린 음식상'을 뜻하는 말입니다만
이바지를 좀 많이 준비하는게 아니고 '큰상'과 '이바지'는 다른 겁니다.
 
옛날 전통혼례에서 신랑이 혼례식을 치루기 위하여 혼례식 장소인
신부집으로 가게 됩니다. 이를 '초행'이라고 하는데...
그렇게 신부집에 가서 혼례식을 치루고 나면 신랑집에서 사위에게
'큰상'을 차려 주게 되는데,
'큰상'이란 혼례식이나 회갑잔치와 같은 때 차리는 음식상으로
음식을 쌓은 높이가 '1자(약30센티)'가 넘도록 쌓은 것은 '큰상'이라고 합니다.
그렇게 새신랑에게 '큰상'을 차려주게 되면 그걸 신랑이 다먹을 순 없습니다.
그냥 차린 상은 먹는 시늉만 할 뿐 그대로 상을 물리게 됩니다.
그러면 신부집에서 신랑에게 차려 줬던 '큰상'을 그대로
신랑의 집으로 보내게 됩니다. 그게 바로 '큰상'인 것입니다.
 
그리고 이바지란 것은 그렇게 혼례식을 치루고 신부집에서
신방을 마련하여 첫날밤을 보내고 나서 3일째 되는 날
신랑이 말을 타고 앞장서고 그 뒤를 따라 신부가 가마를 타고서
신랑의 집 즉 시댁으로 들어가는 '신행'을 하게 되는데
그때 신부가 갖고 가는 짐으로는 시부모님께 드릴 '예단'과
신부의 살림살이인 '혼수', 그리고 시보모님께 올릴 예물인 '폐백'은 물론
친정 어머니가 마련해 준 음식도 함께 갖고 가게 되는데,
그 때 갖고 가는 음식이 바로 이바지입니다.
앞서 신랑에게 차려준 '큰상'은 바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인데 비해
나중에 신부가 갖고 가는 '이바지'는 바로 먹을 수 있는 음식도 있지만
다시 덮이거나 익혀서 먹어야 하는 즉 반조리된 음식(반찬류)이 대부분입니다.
그렇게 갖고 간 이바지로 신부가 처음으로 시부모에게
아침 밥을 지어 올릴 때 찬거리로 이용하게 되는 겁니다.
 
따라서 '큰상', '이바지'라고 말씀하신 것은
이바지를 좀 많이 해 오라는 뜻이 아니고 위에 설명드린 두가지 음식을 뜻합니다.
전라도라고 하셨습니다만 이런 풍습은 전라도에서 뿐만 아니라
거의 전국적으로 해오던 풍습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큰상'은 신랑만 받는 것이 아니고
신부 역시 '큰상'을 받게 됩니다.
신부가 시댁으로 들어가서 시부모님께 '폐백'을 올리는 '현구고례'가 끝나면
시댁에서 새며느리에게 '큰상'을 차려 주게 되는데...
이때 받는 큰상 또한 앞서 신랑에 신부집에서 받았던 큰상과 마찬가지로
고스란히 신부집으로 보내지게 됩니다.
따라서 '큰상'은 신랑 신부가 똑같이 받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서로 생략해 버리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요즘 결혼식장에서나 또는 피로연장에서 신랑 신부가 케익을 자르는 경우가 있는데
이처럼 케익 자르는 것이 서양식이긴 하지만 우리나라 전통혼례에서
신랑 신부가 받던 '큰상'과 같은 의미라고 생각하여
번거롭게 '큰상'을 받는 것보다 더 낫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래서 요즘 결혼식에선 '큰상'을 그런 이유로 서로 생략을 하는 걸로 알았는데
새삼 '큰상'을 거론하시는 분들이 계시는군요...
 
큰상은 신부쪽에서 보내면 반드시 신랑쪽에서도 보내야 하는 것임을
명심하셔서 한쪽에선 주고 다른 쪽에선 받아먹기만 하는
풍습이 아니란 것을 상대방에 잘 주지시키시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