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지식/결혼상식

상견례 장소로 양식당이 적당치 않은 이유.

홀기 2007. 4. 17. 16:21
상견례 장소로 거론 된 곳들이 대부분 식당이군요.
그래서 갑자기 밥먹는 방법에 대해서 생각이 나서 몇 자 적어 봅니다.
나이드신 분들은 그렇지 않을 테지만...
젊은 신세대들은 밥을 한끼 먹어도 기왕이면
'레스토랑'이란 이름이 붙은 식당에 가서 폼나게 먹는 걸 좋아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TV연속극 같은데서도 보면 폼나게 식사하는 장면은
대부분이 한손엔 칼, 한손에 포크를 들고 스테이크를 먹는 장면이 나오더군요.
좌우간 언제부터인지 한국인들에게 '폼나게 밥먹는 것 = 양식'이란
등식이 성립하게 되었다 이겁니다.
예식장이 아닌 호텔같은데서 올리는 결혼식같은데 가보면
으례껏 나이프도 여러개 포크도 크고 작은 것 여러개
그기에다 빵에다 빠다발라 먹는데 쓰는 나이프도 있고
그런데 가면 어떤 걸로 뭘 먹어야 할지 어리둥절한 때가 많습니다.
솔직히 폼나게 칼질하는 거 좋아하는 신세대들도 막상
그런데 가면 칼과 포크 어떤 때 어떤 거 사용하는지 잘 모를 겁니다.
제가 여기서 그런거 사용하는 방법 가르쳐 줄려고 하는 건 아닙니다.
전 그런거 사용하는 순서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만
그거 가르쳐 줘 봐야 별 도움이 안될 겁니다.
젤 좋은 방법은 '기냥 암거나 손에 잡히는대로 쓰면 됩니다.'
문제는 만에 하나 칼질하는 그런 식당에서 상견례를 하게 될 때인데...
신부입장에선 최대한 얌전을 떨어야 하는데...
더구나 포크나 나이프 어떤 거 사용하는지 몰라서 곤란할 때는요.
대부분 그런 식당에선 코스별 순서대로 음식이 나오기 마련인데
무조건 바깥쪽에 있는 것부터 집어서 사용하시면 됩니다.
즉 포크는 젤 왼쪽에 있는 걸로 나이프는 젤 오른쪽에 있는 것부터
집어서 사용하시면 됩니다.

그런데요 포크와 나이프로 밥먹는 서양식 식사법
그게 오래 전부터 서양인들이 사용해 온 폼나는 식사법은 아니랍니다.
불과 200여년 전까지만 해도 서양인들중 서민들은 물론
귀족들도 밥먹을 때는 칼 하나만 들고 손으로 집어 먹었답니다.
오늘날 서양식은 접시나 그릇도 종류가 여러가지인데
그 때는 자기 그릇이 따로 없이 고기면 고기, 빵이면 빵
그런 것들이 큰 그릇에 하나만 담겨서 나왔는데
그걸 각자가 지닌 칼로 적당한 크기로 잘라가서 손으로 들고 먹었답니다.
물론 요리법도 아주 간단한 몇 가지밖에 없었답니다.
그 사람들에 비하면 우리 한국인들은 오랜 옛날부터
하다못해 밥을 얻어먹는 거지라고 할지라도 최소한 자기 숟가락과
밥그릇 정도는 가지고 있었다 이겁니다.
따라서 불과 200여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거지들이
서양인 귀족들보다 훨 폼나게 밥을 먹었다 이겁니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언제부터 포크와 나이프를 사용하게 되었으며
접시도 큰거 작은 거 그릇도 갖가지에다 컵까지도 여러가지를 사용하는
밥먹는 방법을 복잡하게 만들었는가 하면 200여년 전까지만 해도
요즘 흔히 사용하는 도자기로 된 접시는 귀족들만 사용하는
아주 귀한 그릇으로 여겼던 것입니다.

우린 이미 천년 전부터 자기로 된 그릇
즉 사기그릇을 사용했지만 서양인들은 불과 200여년 전까지만 해도
일부 돈많은 귀족들이나 사기그릇을 사용할 수가 있었답니다.
왜 그랬는가 하면 그들은 도자기 그릇을 만드는 기술이 없었거던요.
그래서 그 당시만 해도 도자기로 된 그릇은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한 비싼 외제그릇에 속했기 때문에
귀족들도 그런 중국제 도자기로 된 접시 몇 개 가지고
그기에다 밥을 담아 먹는 걸 큰 자랑으로 여겼고 그런 그릇을
갖고 있다는 자체가 큰 자랑거리로 통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런 그릇은 사용한 후에도 부엌에다 처박아 두는 것이 아니라
아주 눈에 잘 띄는 거실 한쪽 장식장같은데 눈에 잘보이게끔
나란히 일열로 세워서 진열해 뒀다고 합니다.
아마 서양영화를 보시면서 눈여겨 보신 분들은 유럽의
가정에서 거실 한 쪽 장식장에 접시들을 세워서 진열해 둔 걸 볼 수 있었을 겁니다.
그게 무슨 보물단지라서 그렇게 폼나게 진열해 둔 것이 아니고
평소에 밥그릇으로 쓰는 그릇들을 그렇게 진열해 둔 겁니다.
아마 우리나라에서라면 만약에 누구네 집에서 부엌에서 쓰는
그릇들을 거실에다가 좍 모셔 둔다면 '미친 넘' 소리 듣기 쉬울 겁니다.
우리나라에선 200년 전이 아니라 천년 전에도 도자기 그릇을 사용했으며
심지어 집에서 기르는 똥개의 밥그릇도 이빨이 좀 빠지긴 했어도
하얀 백자그릇을 사용했을 것이라고 짐작이 됩니다.
그러니까 몇 백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의 똥개가
왠만한 서양인들보다 훨 고급스런 밥그릇을 사용했다 이겁니다.

그런데 200여년 전부터는 서양인들도 도자기 그릇을 만들줄 알았습니다.
물론 중국이나 일본 혹은 우리나라에서 그런 그릇 만드는
기술을 훔쳐 가서 만들게 되었을 거라고 짐작이 됩니다.
좌우간 그때부터는 서양인들도 도자기 그릇을 만들게 되었고
가격도 싸게 되니까 귀족들 뿐만 아니고 일반 서민들도
모두 도자기 그릇에다 밥을 담아 먹게 되었더라 이겁니다.
그런데 귀족들이 가만히 보니깐 자기네들은 일반 서민들보다는
밥먹는 거 부터가 좀 달라야만 귀족스런 기분을 느끼는데
니나 내나 모두 지네들과 똑같은 그릇에다 똑같은 식으로
밥을 먹게 되니깐 도저히 귀족다운 멋이 없어졌다 이겁니다.
그래서 그넘들이 생각해 낸 것이 지금까지는 공동 그릇을 사용했지만
각자 개인 접시를 사용하게 되었고, 손으로 집어 먹던 것을
포크를 만들어 그걸로 찍어 먹도록 한 겁니다.
그것 까지도 금방 일반 서민들이 쫓아서 하게 되니깐
그릇도 음식종류에 따라서 크기와 모양을 다르게 하는가 하면
나이프와 포크도 음식에 따라서 각각 다른 걸 사용하게끔
여러가지를 만들어 사용하게 된 것은 물론 음식도
이것저것 여러가지를 만들어 먹게 된 것입니다.
결국은 일반 서민들이 흉내내지 못하도록 일부러 복잡하게 만든 겁니다.
그렇게 밥먹는 법을 복잡하게 만들어 놓고는
'설마 니네는 요렇게 까지는 못할끼다.'하고는 즐겼더라 이겁니다.
귀족들이 하는 짓거리는 전부 좋은 건줄로 알았던 사람들이
고급 식당에서는 귀족들이 하는 식으로 밥을 먹도록 강요를 했다 이겁니다.
밥먹는 방법을 복잡하게 한 것은 물론 옷차림까지도
귀족 비스무레하게 하지 않으면 못들어오게 했단 말입니다.

그런 것들이 결국은 할일없는 귀족들이 잘난체 하느라고
만들어낸 밥먹는 방법인데, 배알도 없는 사람들이
일부러 그런데 가서 비싼 돈까지 줘가면서 고생스럽게 밥을 먹더라 이겁니다.
그런다고 서민이 귀족이 되는 건가요?
귀족은 아무리 돈이 많아도, 귀족들이 하는 흉내를 잘 낸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조상대대로 핏줄을 이어 받아야만 가능한 것입니다.
아마도 귀족들이 그런 걸 보고는 무척 재미있게 생각했을 겁니다.
그래서 우리 자랑스런 한민족은 조상 때부터 서양 귀족들보다
훨 양반스럽게 밥을 먹어 왔는데 요새 와서 굳이
서양 귀족들 흉내를 낼 필요까지 없지 않느냐 이겁니다.
따라서 상견례를 할 때는 그런 칼과 포크들고 밥먹는데는
이용치 않는 것이 좋겠다 이겁니다.
그리고 나이드신 분들은 그런 서양식 음식 별로 좋아 안합니다.
기껏 귀하고 귀하신 양가 부모님들 모셔다가 서양넘들
흉내나 내도록 하는 것은 불효막심한 행동이다 이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