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지식/결혼상식

시어머니 잔소리 막을려면 밥그릇에 찹쌀을 담자.

홀기 2007. 4. 17. 16:25
'부부금슬' 또는 '부부금실' 흔히 써먹는 말입니다.
정확한 뜻은 모르지만 대충 '부부간 사랑이 깊다'는 걸 뜻하는 말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부부'란 말은 알겠는데. '금슬'이란게 무슨 뜻인가?
'금슬'이란 건 한자말인데 '거문고 금(琴), 비파 슬(瑟)' 즉 '거문고와 비파'입니다.
그런데 거문고하고 비파란 건 옛날 악기인데,
그런 것들 하고 부부간 사랑하고 무슨 관련이 있을까요?

우리나라의 전통악기중에서 가야금은 요즘도 흔히 볼 수가 있지만
거문고나 비파는 요즘엔 거의 보기가 어려운 악기인 것 같습니다.
10여년 전에 충청남도 부여에서 세계적으로도 뛰어난 예술품인
백제시대 때의 '금동향로'가 하나 발견되었는데,
1400여년 전 우리 조상들이 만든 뛰어난 보물로 인정이 되고 있습니다.
향로의 머리엔 춤추는 봉황이 새겨져 있고 발은 몸 비트는 용이며
뚜껑엔 다섯 악사와 산과 동식물이 조각되어 있으며
몸체엔 생명을 만드는 연꽃이 아름답게 새겨져 있습니다.
천년이상 땅속에 묻혀 있었는데도 마치 최근에 만든 것처럼 보였습니다.
바로 뚜껑에 조각되어 있는 다섯명의 악사가 들고 있는 악기중에
거문고와 비파도 포함되어 있다는 겁니다.

백제시대 때보다 훨씬 이전인 중국의 공자가 살았던 때에도
거문고와 비파는 있었던 것 같습니다.
부부간의 깊은 사랑을 '거문고와 비파'에 비유한 말도
우리나라에서 생겨난 말이 아니고 중국에서 생겨난 말이라고 합니다.
즉 우리네 조상들은 당시에는 외래어나 다름없었던
'부부금슬'이란 말을 오랫동안 써먹어 왔다는 뜻이 됩니다.
악기란 것은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도구입니다.
거문고 소리와 비파 소리가 어떻게 어울렸길래
그 소리가 남녀의 운우의 정과 같다고 비유를 했는지는 모르지만
제가 짐작하기엔 거문고 소리는 남자의 음성과 같은 저음이 나고
비파의 소리는 여자의 음성과 같은 고음이 나면서 두 소리가 마치
남녀듀엣이 노래하는 소리와 같은 소리를 내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리고 두 악기의 생긴 모습을 보면 거문고는 크고 길게 생긴데 비해
비파는 울림통이 물방울 모양으로서 꼭 여자의 뒷모습을 연상합니다.
그래서 거문고는 남자, 비파는 여자, 두 악기의 모습이나
연주하는 소리에가 썩 잘 어울리는데서 바로
'부부애가 좋은 관계'를 '거문과와 비파'와 같다고 비유를 한 것 같습니다.

좌우간 '부부금슬이 좋다'는 말은 '부부간에 사랑이 깊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신랑집에서 신부집에 함을 보낼 때 함속에 넣어 보내는
오방주머니(또는 오곡주머니)에도 찹쌀이 들어가지만
옛날 여자들이 시집갈 때 해가는 혼수중 필수품이었던 요강에도 찹쌀을 넣는 등
'부부금슬'이 좋게 한다는 의미로 찹쌀을 넣었던 것입니다.
찹쌀 뿐만 아니라 엿을 넣기도 했답니다.
그럼 어째서 찹쌀이나 엿이 부부금슬을 좋게 할까요?
함속에다 팥을 넣거나 함을 받을 때 팥을 넣어 만든 시루떡 시루위에다
놓는 것은 물론 동짓날 팥죽을 쑥어 먹거나
정월 대보름날 팥을 넣은 찰밥을 해 먹거나 하는 것은 모두
귀신은 붉은 색을 싫어한다고 여겨 붉은 색인 팥을 이용하여
'잡귀를 막는다.'는 의미가 있습니다만
'찹쌀이 부부금슬을 좋게 한다'는 의미는 아무리 찾아 봐도
그럴 듯한 설명을 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나름대로 생각해 보건데 '찹쌀대신에 엿을 넣기도 한다.'는 말에서
그 의미를 찾아 볼 수가 있다고 생각이 됩니다.
찹쌀로 지은 찰밥이나 찹쌀떡은 모두 접착력이 아주 강합니다.
엿도 역시 접착력이 아주 셉니다.
매년 수능시험을 볼 때 시험장인 학교 교문에다 학부모들이
엿을 붙여 놓는 것을 볼 수가 있습니다.
'엿달라 붙듯이 찰싹 달라 붙어라'는 의미에서 그런 것입니다.
찰밥이나 찰떡도 엿만큼은 못되지만 잡착력은 아주 ?니다.
그렇다면 부부가 찰떡처럼 붙어 있으면 부부금슬이 좋은 거겠죠?
남녀가 궁합을 보고 아주 잘 맞을 때 '찰떡궁합'이라고도 하지요?
학부모가 시험장 교문에다 엿을 붙이는거나
딸을 시집보내는 어머니가 함이나 요강에다 찹쌀이나 엿을 넣는 것은
결국은 '착 달라 붙어라'는 같은 의미라고 보시면 될 겁니다.

그런데 함속에 넣는 찹쌀은 남자쪽에서 넣은 것이지만
요강안에 넣은 찹쌀은 여자쪽에서 넣은 것입니다.
넣은 쪽은 다르지만 함이든 요강이든 모두 여자(신부)의 소유물입니다.
즉 접착제(찹쌀이나 엿)는 어느쪽에서 주는 것이든
여자(신부)에게 필요하다는 의미가 됩니다.
이는 부부금슬을 좋게 하는 것은 여자에게 달렸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요즘은 요강에다 찹쌀이나 엿을 담는 것은 고사하고 아예 요강도 안갖고 갈겁니다.
그리고 함들어갈 때 함에다 찹쌀 주머니를 넣는지는 잘 모르겠군요.
아마 이것도 안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뭐 그런 것 안한다고 해서 요즘 부부들이 부부금슬이 안좋은 것도 아닐 겁니다.

그리고 요즘 신부가 시댁에 보내는 예단을 할 때
반상기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반상기란 것은 밥그릇입니다.
옛날에도 신부들이 시어머니 밥그릇을 갖고 갔답니다.
아마 그런 풍습이 오늘날까지 남아서 예단보낼 때
시어머니용 반상기를 보내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예단 반상기를 보낼 때, 그냥 보내는 것이 아니라 밥그릇안에다
팥과 찹쌀을 넣어서 보내시는 분들도 있을 걸로 압니다.
팥은 물론 앞에서도 설명했듯이 '잡귀를 물리치는 주술적 의미'입니다만
찹쌀을 넣는 것은 '(신혼부부의) 부부금슬'과는 상관이 없답니다.
옛날 신부들이 시어머니 밥그릇을 갖고 갈 때도 역시
밥그릇 안에다 찹쌀이나 엿을 넣어서 갔다고 합니다.
이처럼 시어머니의 밥그릇에다 찹쌀이나 엿을 넣는 의미도
접착제의 용도이긴 합니다만 '붙이는 대상'이 다릅니다.
'(신혼부부의) 부부금슬'을 위함이 아니고 바로 '시어머니의 입을 붙이는 의미'랍니다.
그 밥그릇으로 밥을 담아 먹는 시어머니의 입이 착 달라 붙어서
며느리에게 잔소리를 못하게 하도록 하는 예방조치인 것입니다.
이런 의미를 아는 시어머니는 잘 없을 테지만...
만약에 그런 의미를 아는 시어머니라면
반상기를 받아서 뚜껑을 열어 보고 찹쌀이 소복하게 담긴 걸 보면
'이년이 시에미 입다물라고 이걸 넣었구만...'
아마 그때부터 지금까지 안했던 잔소리가 시작되진 않을런지요????